단재고 준비팀

 【  교사 조은진  】


16년 동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좋은 학교에 근무했다고 부러워하는 동료도 있었지만, 실상은 입시라는 중압감에 눌리고 수행평가 지옥에서 아이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다. 교육의 본질을 잊은 채 고등학교는 입시를 준비하는 단계로,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가르치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성과 중심의 학교와 시스템에 회의감이 들었고 그때 만난 대안교육에서 희망을 보았다.

초임 교사 때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게 내가 부족한 탓 같았다. 왜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는  것일까?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들 중에는 공부만을 앞세우던 엄마와 갈등이  곪아  터지며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던  아이, 학교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나  활동을  할 수 없어서 자신의  길을  가는  아이, 입시를  목표로  하는  학교  시스템이 싫어서 대안학교로 떠난  아이 등 꽤 많았다. 

충북은  고등학교  학업  중단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으로  많은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의  한계에 부딪혔고, 다양한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래서  공립형  대안학교가  치유형, 전환형, 미래형  세 가지 유형으로 설립된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그동안 학교를 떠나야 했던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단재고는  미래형  대안학교모델로  입시  중심의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게  각종학교로 교육부의 설립 허가를 받았다. 각종학교의 교육과정은 국어와 사회 교과를 국가교육과정 상 수업 시수의 50% 이상 구성하고, 나머지는 학칙으로 자율편성이 가능하다. 즉, 각종학교의 핵심은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화에 있다. 그러므로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출 수 있는 교육방법을 실현할 수 있는 교과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교육청이 주장하는 보통교과 확대와 대학 입시를 고려했다면 특성화대안고로 설립 허가를 받지 않았을까? 이에 단재고 개교 연기와 교 
육과정 수정은 대안교육에 종사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더구나 5년 동안 단재고 개교를 위해 노력한 교사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TF팀을 꾸려서 개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준비팀 없는 단재고 개교는 대안학교 형태로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안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교육철학’과 ‘준비된 교사’이다. 대안학교에서 교육철학은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구심점이다. 그래서 단재고는 2019년 단재 사상과 아들러 심리학을 토대로 교육철학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을 정립하였다. 이후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교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담아 교육과정을 수립하였다. 4년 동안 전국 대안학교를 탐방하며 단재고가 지향하는 인간상에 적확한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교육활동 방향을 구체화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의 공간 구조를 설계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잘 설계된 교육과정과 학교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준비된 교사가 없다면 학교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타지역에서는 대안학교를 설립까지 순조로웠지만 학생 지도의 어려움으로 교사들이 희망하지 않아서 개교 초기 큰 문제였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충북은 2018년 AT-Camp를 통해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충북대안교육 연구회를 조직했고, 충북형 대안학교의 방향에 대해 논
의하였다. 그해 단재고 TF팀이 발족했고, 교사 인력풀확충을 위해 이듬해부터 연구회로 확대하여 월 1회 주말에 만나서 단재고 개교 준비를 위한 연수와 협의회를 진행하였다. 방학 때는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구체화를 위한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하며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역량을 길렀다.

교사는 학교와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수업으로 펼치는 실행가이다. 교사들이 대안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대안 교육에 대한 마인드 없는 구성원들로 대안학교가 개교한다면 시작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다. 그 혼란과 피해는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받을 것이다. 충북교육의 기본방향은 ‘지속가능한 공감․동행 교육’이다. 공감과 동행을 내세웠지만, 실제 교육청은 5년간 단재고를 준비한 교사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 실패없는 교육을 주장하며 정작 모순된 교육청의 행보는 충북 교육의 미래에 큰 우려를 낳을 것이다. 과연 교육청이 그리는 단재고는 진정한 대안학교인가? 아니면 대안학교의 탈을 쓸 대학 진학을 가능하게 만든 일반고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인가? 충북이 학업 중단율 상위라는 타이틀을 이제는 그만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충북교육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단재고 개교는 이미 준비팀 교사들의 꿈이 되었다. 충북교육은 왜 5년간 준비한 교사들의 꿈을 짓밟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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