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책방’은 마을의 독서문화를 진작시켜보자는 취지에서 2023년 신년호부터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현재 구윤모(산남중학교)교장, 손현준 (충북대)교수, 오창근 칼럼니스트, 최석진 변호사 네 명의 필진이 매호 번갈아 기고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애독 바랍니다. /편집자주

2000년 출간한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시리즈는 상처받고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듯한 시선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400만 독자의 심금을 울린 베스트셀러이다. 현재 초등국어교과서에 두 작품(아름다운 꼴찌, 아름다운 이별)이 수록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눈물은 힘이 세다>는 2009년에 출간 
된 이철환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자서전적 소설처럼 담담한 어조로 간결하게 삶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최유진은 고물상, 경비원, 막노동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하지만 술을 입에 대면 몇 날 며칠 폭음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절망 속에 사는 문학 소년이다. 어머니는 청소부 등 허드렛일을 하지만 도시 빈민의 삶을 벗어날 순 없었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부모님과 어릴 적 친구 달수 그리고 첫사랑 라라, 특이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는 옆집에 사는 시각장애인 아저씨이다.

시각장애인 아저씨는 부부 모두 시각장애인으로 안마사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는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고 아내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시력을 잃기 전에는 등단까지 마쳤다는 아저씨는 유진이 삶이 버거워 찾아오면 하모니카로 <클라멘타인>를 곧잘 불러 주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대에 다니는 라라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은 자학과 열등감으로 표출되어 허영처럼 소설가를 꿈꾸게 하지만 현실은 늘 슬프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술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아버지의 고단한 삶, 그럴 때마다 앞 못 보는 철학자 아저씨는 “상상력은 도발과 낯섦에서 오는 거다. 상상의 언어는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광기(狂氣)와 상투성을 가로지를 삶의 행보로 만들어지는 거니까”라며 책 속이 아닌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것을 권했다.

삶은 고단하다. 처한 현실과 꿈꾸는 세상은 늘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 가까이 갈 수 없는 먼 나라로 이민 간 라라의 물리적 공간만큼 주인공 유진은 삶은 불투명하고 절망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삶을 쓰러뜨리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삶을 쓰러뜨리는 것은 또 다른 삶일 뿐이다. 어둠은 배경을 지우지만,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여전히 푸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세상을 닮아간다.”란 말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눈물은 어느 곳에서도 존재한다. 아버지의 삶이 그랬고, 명동성당에서 껌을 팔다 마지막에는 누구도 모르게 단칸방에서 약과 술에 의지하다 죽어간 시각장애인 아저씨의 삶이 그랬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소설 쓰기에 전념해 이름을 알렸지만 지독한 우울증으로 고생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결국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달빛 환한 날 아버지에게 “유진아, 삶이 참 잠깐이다. 세상이 옳다는 길로만 가지 말아라. 가끔은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거라. 무엇이든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봄은 아지랑이를 만들지만, 아지랑이가 봄을 만들 수는 없는 거지.”란 말을 듣고 그동안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연민도  삶의  한 과정이었음을 인정하고  화해를  시도한다.

 

     오창근 칼럼리스트
     오창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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