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수라> 영화가 개봉을 했다. 거대 자본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극장가에, 이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극장에 걸리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100개의 극장 추진단’에서 관객의 힘으로 열어보고자 사전예매를 추진했고, 나 또한 10,000명의 관객 중 한 명이 되어 사전 예매를 마쳤다. 

<수라>는 갯벌의 매혹에 빠져 그곳의 생명들을 기록해 온 사람들에 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수라>의 황윤 감독은 “기억할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도 기록한다. 기억과 기록의 힘을 믿으며“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포스터 
포스터 

갯벌은 우주가 만든 예술작품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습지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습지는 온갖 생태계가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협약에서 지정해 보전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 갯벌은 습지로써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철새 중 멸종위기 종인 도요새는 툰드라, 알래스카에서 7일 밤낮을 쉬지 않고 날아 서해 갯벌에 도착한다. 갯벌에서 풍부한 먹이를 섭취하고 알을 낳아 번식하고, 다시 호주, 뉴질랜드로 날아간다. 무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여정으로 중간 기착지인 갯벌에서 충분히 먹지 않으면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그밖에도 수많은 멸종위기 종이 한반도 서해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수라 갯벌 [사진 영화사 제공]
수라 갯벌 [사진 영화사 제공]

수라 ; 비단에 수를 놓다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33년 전인 1991년 11월에 착공하여 18년 동안이나 건설했다. 방조제로는 무려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이다. 갯벌의 생명들에게 물을 막은 대가는 혹독해, 바닷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면 조개들은 입을 벌리고 죽어갔다. 흰발농게를 비롯한 많은 갯벌 생명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먹이를 잃어버린 철새들은 갯벌을 찾지 않게 됐다. 이제는 그 넓은 서해 갯벌 중 수라 갯벌만 살아남았지만 이마저도 2029년 새만금 신공항 건설예정으로 위태롭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영화 <수라>에는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반대하여 갯벌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20년 동안 물새를 모니터링하고 기록한 동필 씨와 아버지를 따라 새를 사랑하게 된 승준 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갯벌을 지키고자 활동하는 모습에 감동이 전해온다. 또한 그레(조개 잡는 도구)로 조개를 잡다가 새만금 방조제에서 목숨을 잃은 어부의 안타까운 사연과 풍성한 갯벌에서 조개를 잡아 자식들 뒷바라지를 했던 어부가 이제는 공공근로로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일로 근근이 살아간다. 서럽게 우는 어부의 통곡이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귓가에 맴돈다.
  
너무 아름다운 걸 본 죄
영화에선 너무 예쁘고 귀한 많은 생명들이 출연한다. 필자가 특별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갯벌의 철새들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특히 영화의 엔딩크레디트에는 갯벌에서 살았던, 또는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이름이 화면 가득 차지한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봐 울컥했다. 이제는 나도 아름다움을 본 죄를 지은 사람이 되었다. 

 검은머리 갈매기 [사진 영화사 제공]
 검은머리 갈매기 [사진 영화사 제공]
 흰발 농게 [사진 영화사 제공]
 흰발 농게 [사진 영화사 제공]

자연과 동물 없이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착각
새만금에서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이지만, 야속하게도 2029년 완공으로 신공항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는 그나마 남아 있는 새들의 둥지 위로 미군 전투기들이 날아오르고, 덤프트럭이 끊임없이 흙을 퍼부으며 힘없는 둥지를 위협한다. 
새만금 신공항은 수요와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대구 국제공항의 선례를 참고하면 전북보다 더 많은 배후 인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이보다 훨씬 더 불리한 조건이다. 전라도 전체를 배후인구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흑자 운영은 불가능하다. 기존 전라도 거점공항인 무안국제공항조차도 상황이 영 좋지 않고, 설령 새만금 신공항이 전라도 전체 수요를 확보한다 해도 전망이 밝진 않다. 
이미 생태계가 파괴된 새만금 부지 내에 거의 유일하게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수라 갯벌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그마저도 남아있는 생태계의 불씨가 꺼져버릴까 봐 두렵다. 기후위기로 급변하는 지구 환경 속에서 아직도 자연과 동물 없이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수라> 영화를 보면서 청주 산남동에서 두꺼비를 지키고자 했던 2003년 원흥이 운동이 떠올랐다. 지금도 두꺼비친구들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들이 그 명맥을 이어 생명과 자연을 지키고자 의로운 길을 걷고 있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을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아울러 수라 갯벌이 꼭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영화 <수라>를 추천한다. 

 새만금 방조제  방조제로 막아 놓아 물이 드나들 수 없는 오른쪽은 물 색깔이 검다. 
 새만금 방조제  방조제로 막아 놓아 물이 드나들 수 없는 오른쪽은 물 색깔이 검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