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동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생기다!

  언제부턴가 기후위기라는 말이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북극곰의 불행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아픔이었는데 이젠 우리 삶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수온 상승으로 양식장 수산물이 폐사하고 이상기온으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하다. 홍수로 물에 잠긴 주차장에서 가족의 상사가 갈리는 안타까운 뉴스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 이제 기후 위기는 삶을 위협하는 재앙이 되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이런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해오던 다섯 명의 주부들이 넷제로두꺼비살림 매장을 열었다. 지난 9월 30일 산남동 두꺼비살림 매장 안에 입점해 친환경 용품을 판매 중이다.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를 덜아갈 수 있고, 플라스틱 튜브가 필요 없는 고체 치약을 비롯해 직접 뜬 삼베 수세미 등 친환경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10월에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다. 본지는 마을의 소비문화를 바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넷제로두꺼비살림의 김영이 대표와 황경옥, 오은숙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9월30일 넷제로두꺼비살림 입점식에 참석한 주민들
9월30일 넷제로두꺼비살림 입점식에 참석한 주민들

넷제로란?
황경옥 : *넷제로는 똑똑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소비를 안 하고는 살 수 없고 천연으로 모두 직접 만들어 쓸 순 없지만, 알고 소비하면 쓰레기도 덜 나오고 절약도 하게 되니 일거양득입니다. 
김영이 : 넷째로 다섯째로? 처음 넷제로란 말을 들었을 때 넷째, 다섯째인 줄 알았어요. 그만큼 저조차 생소한 개념이었죠. (웃음) 그러다가 이 운동을 하면서 환경이 좋아지면 넷째, 다섯째도 낳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딸이 마음 놓고 넷째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제로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6대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탄소중립은 6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만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6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의 순 배출이 모두 0이 되어야 한다. (참조: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넷제로두꺼비살림 제품들
넷제로두꺼비살림 제품들

왜 넷제로두꺼비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오은숙 : 전엔 환경을 지키자는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무심코 사용하는 종이컵에도 플라스틱이 들어가는지 몰랐죠. 여기 나와서 같이 공부하니 나부터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아는 게 늘어날수록 버리는 양이 줄었죠. 혼자만 이럴 게 아니라 같이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영이 : 4년 전 일본에서 바다가 무지개 색으로 변한 일이 있었어요. 바다뿐만 아니라 인근 동네 대문엔 알 수 없는 그을음도 생기고 아이들도 병들었어요. 동네 엄마들이 나서서 알아보기 시작했대요. 결국 기업에서 폐기물을 몰래 배출해 온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기업과 싸우자니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엄마들이 모여 공부하고 세미나를 열어 실상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결국 국회에 입법까지 하게 되었고 더 이상 기업이 오염물을 내보내지 못하게 만들었죠. 무력시위 대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깨끗한 마을로 되돌린 사례가 있어요. 넷제로 사업을 통해 문화적, 교육적으로 연대하면 환경을 되돌 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동네에 넷제로두꺼비살림을 시작했습니다. 
황경옥 : 락스의 무분별한 사용이나 스테인리스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화규소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마을신문 칼럼에 알리기 시작했어요. 화학약품인지 모르고 무심코 쓰는 생활제품들이 너무 많은데 사람들이 광고만 믿고 쓰다 보니 건강을 헤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다가 플라스틱, 멜라민, 폴리에스테르, 스티로폼 수지, 매직블록 등 석유에서 추출하는 제품의 무분별한 남용을 제대로 알리고 되도록 천연제품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죠. 예전 아이들 키울 때 면역력이 약해 화학제품이 잔뜩 들어간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해보면 금방 피부발진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좀 불편해도 100% 순면 기저귀를 사용했는데, 그 기억을 떠올려 천연제품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다 보니 탄소중립과 넷제로의 필요성을 주위에 알려야겠다는 뜻이 모아져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용기에 세제를 담고 있는 황경옥 이사
용기에 세제를 담고 있는 황경옥 이사

예비사회적기업 선정의 의미
황경옥 :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공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이야기잖아요. 우리가 처음 넷제로 공방 얘기를 할 때만 해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결국 매장을 열고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도 받았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 (출처:국립국어원)

10월6일 조치원 쿱페스타에서 넷제로 물품을 홍보하고 있는 김영이 대표와 신경아 이사
10월6일 조치원 쿱페스타에서 넷제로 물품을 홍보하고 있는 김영이 대표와 신경아 이사

넷제로두꺼비살림만의 특징 = 삼베수세미
김영이 : 우리 매장에는 포장지를 없앤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특별한 것은 천연삼베 수세미를 직접 떠서 판매한다는 거예요. 가정에서 누구나 수세미를 사용하지만 아크릴수세미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천연소재의 삼베 수세미를 사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알리려고 사람들과 삼베실로 수세미를 뜨고 교육도 하고 있죠. 산남동을 넘어 청주시민 모두가 천연삼베 수세미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삼베수세미 네트워크
황경옥 : 해마다 청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청도협)에서 책 잔치를 해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를 못하다가 올해 권역별로 나눠서 하고 있어요. 리슈빌 도서관에서는 청도협 책 잔치의 한 꼭지로 탄소중립과 넷제로 주제의 책을 선정해 이곳에 비치했어요. 그리고 3층 넷제로 공방에서 삼베 수세미실 뜨기 체험도 했죠.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가르쳐보니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처음엔 코도 못 잡던 분들이 풀었다 다시 떴다를 반복하며 다들 잘 뜨세요. 도서관을 통해 소식을 듣고 먼 동네에서 찾아오신 분은 자기네 도서관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열심히 배워 가셨죠. 이렇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일상이 되겠죠. 앞으로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키트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오은숙 : 텀블러, 장바구니를 늘 가지고 다녀요. 회사에서도 사람들에게 늘 잔소리를 하죠. 일회용품 쓰지 말라고... 그래서 바꾼 사람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어들고 있어요. 
황경옥 : 우리 집에는 펄프로 만든 키친타월이 없어요. 버리는 헌 양말이나 러닝을 오려두었다가 키친타월 대용으로 써요. 어차피 버려지는 천이기에 그릇이나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기를 닦을 때 활용해요. 보통 설거지할 때 화학 성분이 들어간 액체세제를 사용하는데 천연삼베실로 만든 수세미를 쓰면 세제 없이도 잘 닦여요. 수세미를 빠는 용도로 고체 설거지 비누를 사용하면 오래 쓸 수 있죠. 화학 세제를 안 쓰니 맨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손이 상하지 않아 고무장갑도 필요 없어요. 
김영이 : 개인이 분리수거만 잘하면 환경이 괜찮아질 거란 인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정부나 기업이 우리를 속이는 일이에요. 사실 개인의 실천보다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 환경을 지킬 수 없어요. 하지만 정부와 기업을 바꾸려면 개인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그런 개인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낼 때 기업을 바꾸고 환경을 지키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넷제로, 내 삶의 방향을 전환
김영이 : 현재는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제가 50대가 넘어 은퇴할 때가 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로컬 시대로 회귀한달까요. 그냥 내 주변 환경을 지키는 정도만 해도 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구룡산과 원흥이 방죽, 내가 살고 있는 산남동 정도는 지킬 수 있어요. 나 같은 사람들이 옆동네 그 옆동네에도 있을 거예요. 그렇게 동네마다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결국 산남동을 넘어 청주, 대한민국과 지구까지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넷제로두꺼비살림 매장 : 청주시 서원구 원흥로 72번길, 1층 ☎ 043-215-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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