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한정식집 '늘품'


요즘 나의 소홀한 저녁식사준비로 인해 남편의 잔소리를 살짝(평소 화내는 사람이 아닌데 조금씩 고기압이 되고 있다) 듣고 있지만, 그래도 착한 마누라라 미안한 마음에 남편을 강제 퇴근시켜 며칠 전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한정식 집으로 유인했습니다. 남편님께서 지시하시는 말씀을 공손한 자세로 들어주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공약선언을 하려 했으나, ‘늘품’의 음식 맛에 팔려 내 목적을 잊어버리고 나왔습니다.

산남동 현진에버빌 정문 앞 골목에 위치해 식당이 약간 숨어있는 듯 보이지만, 주차하기도 편하고 입소문만 한번 타게 되면 가게의 위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시각, 미각, 후각, 청각 모두를 만족시켜 남녀노소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자 생각할 때 떠오를 수 있는 집이며, 양적·질적으로 모두 만족이 되며 가격대비 만족도, 서비스 또한 지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집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주문한 늘품정식B 메뉴는 부드러운 호박죽과 찰떡궁합인 정갈한 동치미로 시작해 식욕을 돋구었고, 싱싱한 야채샐러드, 롤초밥, 포동포동하고 매콤한 낙지볶음, 해파리냉채, 잡채, 한방돼지보쌈, 버섯전, 버섯탕수육, 오리훈제구이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 저절로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돌게장은 전문집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기밥 두 그릇쯤은 게눈 감추듯 먹어줄 수 있는 수준이며, 주인이 자신있게 가져온 꽃게튀김은 작은 꽃게를 기름에 튀겨 껍데기까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키토산이 있어 몸에 좋고 게살맛을 느낄 수 있어 별미였습니다.

편안한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접 서브를 하시기에 곁들여주는 소스가 특별하다 말을 건네니, 소스아카데미에서 6개월 정도를 포함하여 개인적으로 2년 반 정도 한정식 요리를 배워 주방장을 겸임하신다고 하더군요. 인스턴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소스 종류는 전체를 식당에서 만들며 된장은 직접 담가 요리에 사용하고, 밥과 더불어 나오는 반찬도 매일 다르게 준비한다고 합니다. 주인의 손길이 각 요리마다 먹기 좋게, 영양가 손실 없이 골고루 정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테이블마다 가리개가 있어 옆 손님께 방해받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 할 수 있었으며, 또한 단체 손님을 위한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개업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깔끔한 실내와 운치 있는 인테리어가 정성들인 음식과 더불어 우리의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사로잡는 곳 이었습니다.

수능을 보는 딸이 있어 남편과 둘이만 갔지만 수능이 끝난 후 식구들과 함께 다시한번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불어 친구들과 모임도 가져봐야겠습니다.

 

임미정(산남 리슈빌/두꺼비생태안내자 모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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