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 지음 '공감의 반경-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교육 현장에서 중요시되는 덕목으로 행복과 함께 공감과 배려가 있다. 인간의 본능으로 볼 수 있다는 공감은 미래 예측 능력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주제이다. 인간의 못된 성향들을 이해하고 개선할 방법들을 살펴보기 좋았던 책(장대익, ‘공감의 반경-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바다출판사, 2022/ 사진 이미지)을 소개하고자 한다. /구윤모 교장 

 

21세기의 전쟁은 더 잔인하고 대량 살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 앞에서 총과 칼로 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상대방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임식 전쟁이기 때문이다. 단추를 누르면 스크린상 점이 명멸하는 현상 이면의 대량 살상을 떠올려야 한다.

고통스러운 자극이 전달되면 대뇌의 대상 피질에서 고통과 연관된 뉴런 반응이 일어나는데 고통스러운 자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실제로 당할 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공감이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행동 지침으로 삼는 기술인데, 익숙하고 쉽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감정이입인 정서적 공감 수준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역지사지의 인지적 공감 수준이 있다.

문제되는 공감은 강렬하지만 쉽게 휘발하는 경계선이 있는 공감으로 내편과 내편 아닌 외집단으로 편 갈라 이루어지는 공감이다. 외집단에 속한 존재는 인간이하(가난한 흑인이나 노숙자, 약물 중독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인종학살)로 비인간화하고, 기술이나 의료 행위시 물건이나 도구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초연결사회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함으로 갖게 되는 획일적 견해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필터링해 주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보편향이 증폭되는 확증편향도 이런 공감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줄이기 위해 공감의 확장과 진화가 필요한데 우선 공감의 대상을 내집단만이 아닌 외집단과 동물(동물권) 및 자연(보존)으로 넓혀야 한다, 인간의 본능도 변하니 세월이 많이 흐른다면 새로운 교육으로 먼 미래에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별하는 행위 자체가 이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 다양성 지수를 갉아먹는 대학 입시관문, 남북대치 상황의 군대문화, 아파트 문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다양성 지수를 높여 공감 지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접촉과 교류를 넓혀야 한다. 배려와 다정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데 인류는 자기가축화과정을 통해 다정한 존재로 점점 진화했고 남을 적대시하지 않고 서로 돕는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 덕분에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다.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타인의 관점에 서 보는 것이 공감력에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는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등의 사건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롭게 생긴 범죄유형으로, 이런 범죄는 구성원으로서의 유대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고립감이 주된 원인으로 단절감이 사회적 공감능력을 떨어뜨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자극적인 행동이 범죄로 이어진다. 촉법 소년들이 ‘그냥 장난으로 했다’, 데이트 폭력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고 한다. <권용일 저,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21세기 북스, 2022. 참고>. 기후 위기는 현세대의 욕망에만 공감한 나머지 다음 세대의 생존에 대해서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생긴 문제로 증손자들이 어떤 기후에 살든 현재 우리만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기인한다. 기후 위기를 백날 이야기해봐야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잘 느껴지지 않고 상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온이 섭씨 1.5도 올라갔을 때 우리 동네에서 벌어질 일들에 관해 생생한 VR콘텐츠 제작 체험, 소망을 나누고 관련 법규 공부, 기후 상승을 막기 위한 실천 프로그램 만들어 실행해 보자.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공감과 애착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고, 우리의 공감 능력을 동료 생명체들에게 확장하는 것(공감의 깊이보다 반경을 넓힘)이 공감의식진화의 다음 단계인 생명애를 기반으로 한 회복력 시대이다. <제러미 리프긴 지음. 안진환 옮김, ‘회복력 시대,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민음사, 2022. 참고>

  구윤모(산남중학교 교장)
  구윤모(산남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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