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수세미로 플라스틱 수세미를 줄인다

 

 

 

 

 

오동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생태적 삶의 전환이 요구되는 요즘 전 세계적으로 뜨개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능력주의가 판치는 세상,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잘 살아보자'는 욕구의 확장, 산업화는 곧 발전이라는 논리 등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환경은 생태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1%의 능력가들 이외에 모두가 불행해지는 세상은 지구의 환경을 무너뜨리는 기후위기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 이 광기의 인간문명이 멈추어야 한다는 느낌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게 되었다. 그래서 느리게 살기, 멈추어서 생각해 보기 등등 반문화적 문화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뜨개질은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 방적기계의 발명으로 공장에서 생산된 직물이 온 세계를 뒤덮은 요즈음 다시 손으로 만든 직물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하나의 운동이다. 산남동에서 이러한 뜨개질을 통해서 주방수세미를 만들어 보급하는 협동조합이 생겼다. 넷제로 두꺼비살림 협동조합에서는 강원도에서 생산된 마로 만든 실을 이용해서 뜨개질로 만든 수세미를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천연 마를 이용한 실로 수세미를 떠서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고 비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수세미에게서 우리는 그만큼 심각해진 미세플라스틱의 해양오염을 상상하게 된다. 집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크릴 수세미가 한 때 세제를 덜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뜨개질로 많이 생산되다가 지금은 공장에서 값싸게 생산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하수구를 통해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물에 대한 위협 뿐 아니라 우리가 그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집집마다 사용되고 있는 각종 플라스틱 합성수세미는 결국 바다에 플라스틱을 갈아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연삼베실로 뜬 수세미를 판매하여 주방 수세미 뿐 아니라 목욕타월 등을 천연 수세미와 타월로 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수세미는 생산자 하나가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기존의 플라스틱 수세미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뜨개질을 하면서 참여한다면, 플라스틱 수세미를 대체하는 천연수세미가 금방 우리의 표준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수세미라는 차원이 아니라 뜨개질이라는 새로운 손노동을 최첨단 전자시대에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뜨개질은 대개 양모실을 이용해서 따뜻한 모자나 장갑, 카디건, 스웨터, 셔츠 등을 만드는 손노동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뜨개질 옷은 대부분 공장의 직조기에서 만들어진 물건들로 상품화 되어 있지만, 우리 어렸을적에 엄마나 할머니가 떠준 뜨개질 옷을 대부분 입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손뜨개를 이용한 옷이 생산되면 우리는 그것을 핸드메이드라는 이름으로 아주 비싸게 지불하고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손뜨개질이라는 노동은 이제 새롭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런 수고를 누가 하려고 하겠나?

그런 수고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남동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뜨개질 프로젝트가 도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삭막한 뉴욕의 거리에서 뜨개질로 뒤덮인 자전거, 자동차, 주차 동전투입기, 공중전화박스 등 새로운 따스함의 미학으로 뜨개질에 도전한 이민자 학생이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 외에도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거리에 뜨개 작품으로 가로수를 감싸고, 파리에서는 에펠탑을 뜨개질로 감싼다는 거대한 상상이 기획되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자초한 산업화 도시문명에 대한 아름다운 도전이다.

 

<뜨개질의 역사 A History of Knitting>라는 책을 쓴 성공회 노대영주교님(The Rt Rev Richard Rutt,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2대주교 역임)은 AD 500년경 이집트와 동시리아 지역에서 양모와 면을 이용한 뜨개질이 시작되었다고 하며, 수태고지를 그린 그림 중에 마리아가 뜨개질을 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도 있었다고 말한다. 현대 유럽에서 뜨개질은 남성들도 많이 하는 취미이며 앞서 이야기한 노대영주교님은 7세때부터 뜨개질을 하였다고 한다. 남성들의 뜨개질은 여성들만의 노동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지구를 살리는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상력으로 수세미를 논플라스틱(Non-plastic)제품으로 바꾸려 한다. 그것은 몇몇 사람이 모여서 수세미 10개씩 떠서 100개를 만들고, 참여자가 점점 늘어나 온마을 사람들이 뜨개질로 수세미 1천개를 하루 만에 만들어 내는 공동체로 확산시키는 상상을 하면서 시작하였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수세미 뜰 실을 공급하고 수세미를 생산하는 것까지 함께 시작한 단계이지만, 이제 우리 마을이 생산한 수세미를 전국에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쯤이면 다른 마을에서도 이러한 수세미 뜨는 일에 참여하고 더 많은 수세미가 생산되는 것은 곧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 협동조합은 그들을 참여시키고 연결하고 수세미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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