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변호사  
(법률사무소 한비 대표변호사) rbs-1901@daum.net

 

 


최근 변론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하나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폐기물 운반 트럭을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신호위반을 하여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그대로 도주한 사건이다. 이러한 사고를 일명 ‘뺑소니’, 법률용어로는 ‘도주치상’이라고 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3 제1항에 따르면 자동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이 정한 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피해자가 상해에 이른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도주치상죄는 법정형이 유기징역 1년 이상 최대 30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비교적 중한 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그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한 후 도주하였다고 하여 모든 경우에 도주치상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 발생이 업무상과실에 의해 발생하여야 한다. 여기서 업무상과실이란 자동차의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로, 신호에 따를 의무, 안전속도를 유지할 의무,전방주시의무, 보행자 보호 의무 등을말한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업무상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도주치상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일례로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이 제동장치 고장이나 블랙아이스 때문이라면 업무상과실이 부정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도주치상죄로 처벌되는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교통사고가 나면 최우선으로 사람이 다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눈으로 확인해봤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더라도 병원에서는 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한다는 상해진단서가 발급될 수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상대방이 다쳤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다친 상대방을 병원에 데려다주기만 하고 본인의 신원을 알리지 않는다면 이 또한 뺑소니가 된다. 또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경찰에 직접 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본인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도주치상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본인의 인적사항을 상대방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알리는 것이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보험처리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사고후미조치죄도 함께 성립하는데, 사고후미조치죄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및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은 112에 신고하고, 보험회사에 연락하고, 사상자를 구호하고, 교통에 방해가 되는 비산물을 처리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황하여 현장을 이탈하게 되면 도주치상죄 또는 사고후미조치죄로 처벌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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