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늑하고 편안하고, 싸고 맛있는 집!

나이 사십이 넘으니 그동안 여기저기서 만난 인연들이 얽히고 설켜 크고 작은 모임이 많아졌다. 좋은 벗과 자리를 함께하는 건 인생의 크나큰 즐거움이나 매번 모임장소를 정할 때면 ‘어디가 좋을까?’ 머리를 쥐어짜게 된다. 혹, 총무라도 맡았으면 그 고민은 남보다 배가 된다. “아늑하고 편안하고 싸고 맛있는 집, 어디 없나요?” 애타게 찾고 있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집이 있다.


 ‘주막’을 떠올리게 하는 초가지붕과 원두막

청주지방법원 앞 다리 건너 우측 골목에 있는 ‘금슬’. 입구의 초가지붕과 훈민정음 벽지가 옛날 ‘주막’을 떠올리게 한다. 한 발 들어서면 집안에는 기와지붕과 근사한 한지로 만든 여러 가지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색다르면서도 푸근하다. 여기에 누런 황토를 바른 벽과 새로 바닥에 깐 자리가 아늑한 맛을 더해준다. 원두막 같은 자리와 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어 편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점심손님이 빠져나가고 저녁손님이 오기 전까지 약간 한가한 시간, 아이들과 마주앉아 있던 ‘금슬’의 최상오 사장(40세)과 얘기를 나누며 이 모든 인테리어를 거의 혼자 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예전에 건축 일을 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고, 여유를 갖고 하고 싶은 대로 6개월에 걸쳐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니 이렇게 만들어졌단다. ‘금슬’을 개업한 지는 이제 1년 6개월 됐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오랜 시간 주말부부로 지내던 아내와 함께 산지는 이제 2년째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랑, 어린이집 다니는 여섯 살 아들이랑 위층에 산다. 최 사장도 음식 하는 걸 좋아하지만, 전에 식당을 해본 적이 있는 어머니가 서울에서 내려와 식당 주방을 맡아주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아버지가 주말부부가 됐다. 어머니를 다시 보내 드리고 싶어도 마땅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어머니와 둘이 하다 보니 한참 손님이 몰릴 때는 손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일이 생겨 죄송하단다. 미리 예약을 하면 기다리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

거문고와 비파를 뜻하는 ‘금슬(琴瑟)’이란 상호는 말 그대로 모든 이들이 사이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내와 둘이 고심 끝에 지은 이름인데, 어머니의 손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금슬’은 분위기도 좋지만 메뉴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저녁 장사만 하려고 했는데 손님의 요청에 따라 점심 장사도 시작하게 됐단다. 아구찜, 동태탕, 보리밥 등 이것저것 다 맛있지만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역시 ‘두부 두루치기’다. 매콤달콤 자작한 국물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넉넉히 넣고 끓여 뚝배기에 나오는 ‘두부 두루치기’는 식사로도,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국물이 맛있어 자꾸 육수를 찾는 손님들 덕분에 요즘에는 점점 국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전 맛보기로 나오는 ‘전’도 한 몫 하는데 최대한 얇게 부쳐서 바로 내오는 게 맛의 비결이란다. 아무리 비싸도 김치는 그때그때, 찌개김치마저도 사지 않고 직접 담근 걸 쓴다. 물 대신 숭늉을 내고 입구에는 원두커피와 보이차도 준비돼 있다. 그런데도 모든 음식 값이 2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건 손님들이 부담 없이 먹고 가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있어서다.

주말엔 가게 문을 닫고 쉬는데 간혹 “이 집 주인은 배가 부른가 보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사를 해 보니 제일 힘든 점이 가게에 매여 있어야 하는 건데, 8개월 만에 2킬로그램도 안되게 태어나 어렵게 키운 딸이 튼튼하게 자라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호기심 많고 똘똘한 아들도 아직 어려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몸으로 하는 일은 겁 안나요. 전에 직장 다닐 때는 시간이 그래도 있었는데 이제는 식당을 하니 아이들하고 놀아줄 시간이 없어요. 주말이라도 같이 보내주고 싶어요.”

근처에 상권이 형성돼 좀 북적북적해지길 바란다는 주인의 말을 뒤로 하고 가게를 나섰다. 이제는 이 식당에 오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귀여운 아들이랑 후덕한 주인장, 주방에서 말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시는 예쁜 어머니도 눈에 들어올 거라는 생각을 했다.


글 김말숙/ 사진 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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