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오동균 신부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지난 8월 8일부터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인해 서울은 물바다가 되었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반지하 가옥에 물이 들어차 자기 집에서 속수무책으로 갇혀 익사한 가족의 이야기는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지만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일어난 피해 때문에 그 슬픔에 귀 기울일 틈도 없어 보인다. 퇴근 시간이 되었는데 갑자기 도로가 강이 되고 지하철이 물에 잠기어 전철이 끊기는 일이 서울 시내에서 실제 일어나다니! 그날 저녁 퇴근하던 길 자동차는 물에 잠기어 시동이 꺼지고 주차해 놓았던 차들은 물에 둥둥 떠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져 침수된 자동차의 숫자만 2만여 대라고 한다.

이러한 재난에 대처하는 대통령과 이 나라의 정치적 능력의 문제는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서 아까운 지면에 그 이야기를 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기후위기의 실상이 이미 벌어졌고 며칠 동안 우리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에 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지가 드러났다. 그래서 기후위기 문제는 단지 인간 문명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다. 재난의 정치적 측면을 가지고 재난이 다가오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라는 재난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그 피해는 취약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지만 물난리도 낮은 계층부터 피해가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익사한 반지하 가족이 살던 집에서 자기가 사는 서초동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찬 것과 신림동 지하 셋방에 살던 일가족이 구조를 요청해 놓고도 빠져나오지 못해 자기 집에서 익사한 문제는 정치적 지형이 매우 다른 두 동네의 이야기이다. 이것을 재난의 사회학적 시각으로 기술하면 재난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적·정치적 연관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서울 시내 뿐 아니라 우리 국토에도 이러한 재난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사회학적 구조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빈곤계층이 사는 대도시의 동네와 지방의 소멸해가는 공동체에서 맞이하는 재난은 더 큰 재난의 선두에 서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서 지난 1950년대 이후 폭염, 지진, 토네이도, 홍수의 재난이 가져온 재난 중에서 폭염이 가져온 사망자 수가 월등히 많았다고 한다.(에릭 클라인버그, <폭염사회>, 글항아리, 2018) 왜냐하면 폭염은 수많은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유발하였기 때문이다. 더위는 소리없이 단절된 생활을 하는 노인, 취약계층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그들이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폭염 자체보다 그 위기의 때에 서로 연락할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 오는 재난에는 예측 가능한 피해자들이 있다. 그 재난을 막자고 쏟아붓고 끌어들이는 방법들로 인해 어쩌면 더 수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희생당하는지도 모른다. 서울에만 20만여 세대, 경기도에 8만8천 세대가 있는 반지하세대가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취약계층세대들이다. 서울시장은 앞으로 반지하세대를 없애겠다고 말했다는데 과연 반지하세대를 없앤다는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의 주거기준이 올라가 반지하에서 살 필요가 없는 주거환경이 마련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참 좋겠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문제이다. 정치는 재난을 극복할 지혜와 힘을 만들어 낸다. 재난을 극복할 지혜는 재난의 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살펴보는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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