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변호사(법률사무서 한비 대표변호사)
장광덕 변호사(법률사무서 한비 대표변호사)

5월은 가정의 달로, 매년 5월이 되면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적 이유든, 정서적 이유든 가족 간 소통이 막히고 부모는 자식을 버리고, 자식은 부모를 돌보지 않는 슬픈 현실도 존재한다.

몇 해 전에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의 신사가 형제들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하고 싶다고 찾아 왔다. 사연을 들어보니, 본인이 어머니를 30년 가까이 모시고 살고 있고, 어머니는 지병이 있으셔서 큰 수술도 여러 차례 하셨는데, 이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다른 형제들은 수십년째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형제가 다른 형제를 상대로 과거 어머니에 대한 부양료 지급을 직접 구하는 청구는 할 수 없다. 다만,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부양료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가능하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 사이에는 서로 부양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975조는 이와 같은 부양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 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행할 책 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부양의무는 부부간 부양의무가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1차적 부양의무와는 다르고, 이 경우 청구 가능한 부양료도 과거의 모든 부양료가 아니라 이행청구 후 이행지체에 빠진 후의 것에 관하여만 인정된다.

즉, 부모와 성년의 자녀 사이에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2차 부양의무인 것이고, 친족간 부양 의무 중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양을 받을 사람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행지체에 빠진 후의 것에 관하여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2차 부양의무자인 부모가 1차 부양의무자인 며느리를 상대로 부양료의 구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양을 받을 사람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부양의무자를 상대로 부양을 청구하기가 곤란한 사정이 있었고, 부양의무자는 부양의 필요성과 다른 친족이 부양을 받을 사람을 부양하고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부양의무자는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받기 이전의 과거 부양료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판시를 한 바 있다.

한편, 지방법원 판결례이기는 하지만, 법원은 과거 미성숙자녀에 대한 양육책임을 다하지 아니한 아버지가 자녀들을 상대로 한 부양료심판청구 사건에서 ‘친족관계의 부양의무는 혈연관계에 기초한 부양의 도덕적 의무를 가족법상의 의무로 규정한 것으로서 국민의 국가에 대한 기본적 권리인 생존권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노부모가 과거에 미성숙자녀에 대한 양육의 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나 부양권리자가 그 도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존부가 달라질 것은 아니고, 이는 부양의 정도나 방법을 정하면서 참작함에 그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부모도 자녀에게 부양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는 2차적 의무이긴 하지만, 이러한 2차적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부모들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다행인 것은 2022년부터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시 부양의무자가 부양 능력이 없음을 입증해야하는 ‘생계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 생계급여 신청자는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고소득·고재산가가 아니라면 생계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하나 부모는 기다리지 않는다. 『한시외전』 9권에 나오는 주나라 사람 고어에 관한 이야기로, 효도를 다하지 못하고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모든 노부모님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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