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올뼈감자탕 장영선, 이춘호 대표

♬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

봄은 봄인데 추운 봄이다. 근래 봄비가 자주 내리더니 대지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긴 겨울을 지나 늑장을 부리는 봄을 맞이하러 찾아 나선 곳. 꽃을 든 남자, 봄을 닮은 여인, 맛나목뼈감자탕 장영선, 이춘호 부부. 우연찮게 이춘호 사장의 이름 가운데 자가 봄春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측에 전자오르간이 보인다. 감자탕 집에 전자오르간이라. 낯설지만 흥미롭다. “전자 오르간 누가 쳐요?” “제가요~” 이춘호 사장이다. 가게 일하기도 힘들텐데... “ ”그냥 배우고 싶기도 하고 여가 겸 찬송가 반주도 하고 싶어서 겸사 겸사 아는 사람한테 토요일마다 가서 코드법으로 쉽게 하는 방식으로 배웠어요. 한 20번 갔나? 1년 정도 됐는데 잘하지는 못하고 찬송가 40~50여 곡 정도 쳐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장영선, 이춘호 부부는 솜털 풋풋한 어린 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몇 년 전 이 춘호 사장까지 큰 병을 얻어 힘들 때 가족과 신앙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찬송가 반주는 힘든 일상의 위한이 되고 은혜롭다는 이춘호 사장

 

이춘호 사장은 “딸이 가고 내가 건강이 악화되서 신 랑이 한동안 술을 많이 마셨어요. 딸 기일에, 생일에, 명절에... 몇 년 동안 31일 중 30일은 거의 마셨죠. 이제는 거의 마시지 않고 교회 열심히 다녀요. 지금 옆에 있는 딸이 고3 수험생일 때나 수능 때는 물론이고 제가 아플 때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회 반주를 했어요. 이런 딸이 지금 틈틈이 저한테는 피아노를, 아빠한텐 드럼을 가르쳐 줘요.” 장영선 사장은 ”드럼을 배우려고 인 터넷으로 실내용 드럼을 주문해서 가게 작은 방에 설치 해 놓았어요. 드럼을 잘하는 지인이 와서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열심히 해봐야죠.”  멋진 음악 가족이다.

초보지만 포즈는 베테랑 같쥬?

 

코로나가 풀리고규제가 완화되면 가게에서든, 교회에서든, 아니면 공연장이나 무심천에서 이 가족을 볼 수 있을 것 같은그림? 바램이생긴다.  전자오르간 옆에 화사하게 걸려 있는 두 개의 현수막도 예사롭지않다.

♥ 우주 최강 초절정 꽃미남 장영선 생일 ♥ 우리 영떠니 하고 싶은 거 다해~~~ 청주의 자랑, 청주가 낳은 얼굴, 청주의 간판~ 대한민국 3대 미남 장동건, 원빈, 장영선~ 눈부시게 빛나는 그 이름 장. 영. SUN

 

☆공주의 생일 축하합니다☆ # 춘호는사슴이야.. 영선이 마음을 녹용...♥ # 춘호는 왜 맨날 똑같은 티만 입어? 프리티..♥ # 춘호한테는 벽이 느껴져... 완벽...

 

★ 공주님~ 여기 계산해 주세요~

사진은 물론이고 문장을 자세히 읽어보니 아니 도대체... 누가... 이런... 문구를... “우리 딸이 제 생일, 신랑 생일 때 선물해 준 거예요. 어떤 손님은 식사하고 나가 며 ‘공주님~ 여기 계산해 주세요~’라고 소리쳐서 민망해 혼났어요. 어느 날은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거실에 촛불로 길을 만들어 따라가 보았더니 끝에 하트 모양으로 촛불이 타오르고 있더라구요.”

딸이 설마 카피라이터? 아니면 이벤트 회사? 노~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도 다녀간 키트 생산하는 바이오 제약회사 선임연구원이란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 엄마, 아빠를 위한 딸의 이벤트는 애교 만점,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 이춘호 사장 생일에 요리 엄청 잘하는 딸 남자친구가 생일상을 차려줬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우와~ 9첩 반상 못지않다. “이거 출장 뷔페 시킨거 아니예요??? ” 부럽... 부럽... 침이 꼴깍... 그 여친에 그 남친이다.

3월 중순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평일에 쉬었는데 게다가 처음으로 캠핑도 다녀왔다며 함박 웃음을 짓는다. 알뜰살뜰 챙기는 속 깊은 딸이랑 함께 한 캠핑 여행이 얼마나 신나고 즐거웠을지 눈에 선SUN하다. 파이 륑! 이. 춘. 호~ 장. 영. SUN~~~

10년만의평일 휴식 캠핑
10년만의평일 휴식 캠핑

 

 

아까워서 3일 동안 방 청소를 안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딸의 애교 만점 이벤트는 아빠의 DNA를 닮았나 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본 프로포즈급 이벤트를 장영선 사장은 옛날부터 부인한테 선 SUN 보였다고 한다. 가령, 얼마 전 부인 생일에는 종이로 직접 만든 100만 캐럿 쯤 되는 왕 다이아몬드 반지를 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다가 짠!!! 하며 깜짝 선물했고 어느 날은 아카시아 꽃잎으로 방바닥에 사랑의 하트를 사랑스럽게도 장식했다. 이를 본 이춘호 사장은 “아까워서 3일 동안 방 청소를 안했어요. 신랑이 이런 이벤트를 자주 해줘요.”라며 모바일 폰에서 또 다른 사진을 찾는다. 이쯤 되면 그는 ‘산남동의 꽃을 든 남자’가 아닐까?

 

부부는 새벽부터 장사 준비로 일하느라 브레이크 타임에는 쉴 만도 한데 테이블에 앉아 길고양이 걱정을 하고 있다. 장영선, 이춘호 부부는 몇 년째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다. 작년에 7~8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는 중성화 수술 후 다음 날 사망했다. 몇 년 동안 이 근처 에서 돌아다닌 고양이라 워낙 영특해서 길 건너 치킨 집 갈 때 파란 신호등에 건너갔다고 한다. “진짜요?” “네. 저도 그 말 듣고 신기해서 가만히 지켜보니 진짜 그러더라구요. 4마리는 얼마 전 전염병으로 한꺼번에 죽었고 2~3마리는 가게 앞 도로에서 차에 치여 하늘나 라로 갔어요. 마음이 아파요.”

오는 6월 5일이면 산남동에 가게 오픈한 지 10년 차가 된다는 장영선, 이춘호 부부. 코로나 이후 손님은 줄고 매출은 감소했다. 손님이 없어 가게를 쉬어도 월세, 전기세(냉장고. 냉동고. 여름 에어컨), 인건비, 가스비 등 기본 운영비는 나가야 한다. 주민도 상가도 많이들 떠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몇 번이나 바뀐 유구한 시간들. 부부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며 추억과 행복을 선물했다. 많은 중소 자영업자들이 그렇듯이 2년여의 코로나를 지나며 어찌 힘든 일이 없었을까. 설상가상 몇 달 전 직원 문제로 인한 가슴앓이는 상처에 굵은 소금을 뿌리는 팍팍한 시간이었다.

10여년 세월에도 변함없이 찾아주는 손님들
10여년 세월에도 변함없이 찾아주는 손님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게가 정리 될 즈음 교회 어르신들이나 단골손님, 산남동의 주변 어르신들 모시고 식사를 대접할 예정이라는 부부는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해 달라는 하늘나라로 간 딸의 유언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라는 긴 터널이지만 부부는 애교 만점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 이 시간들을 잘 이겨 내고 따스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웃음이 영원하기를
이 웃음이 영원하기를

 

♪봄바람휘날리며~ 흩날리는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아니, 딸과 함께 셋이 걸어요~ ♬♪

 

박미라 마을기자
박미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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