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걸어오고
피아노가 걸어온다
들뜬 얼굴이라니?
걸어와 한곳에 모인다는 것
모여서
책을 펴고 몸을 의자에 기댄다는 것
작은 코 점 친구가 옆에 있고
곁에 세상을 뿌루퉁하게 보는 내가 있다는 것
따뜻했던 바람이
꽁꽁 언 눈으로 가득하고
창밖 운동장이 비어있음을
견디지 못하는
축구는 세상을 가슴과 발로 겨루고
한 점 슬픔 없는 복도는
햇살이 들이치고
그러니까 슬픈 피아노곡이 더욱 어울리겠지
흰 건반은 열 다섯에게
검은 건반은 바이러스에게
시대를 건너는 한 쌍의 멋진 곡을 만들어야지
기대에 차서 아무 얘기나 하는 입이라니?
입과 몸이 모여
칠판에 서 있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는 것
선생님 말씀은 여하튼 잠이 오게 하지만
서 있는 몸은 따뜻하다는 것
축구가 걸어가고
피아노가 다시 걸어가
입김이 되고 몸이 된다는 것
모인다는 것
모일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