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넓은 M자형 우성형질 학생이

떨어지는 느티나무 잎을 째려보며

붉은 신호등 건널목을 성큼 건넌다

학교 정면 높게 매달린 늙은

라이프니츠 시계가

8시 하고 발랄하게 캭 소리를 낸다

쑥부쟁이 놀이터 시소에 앉아

늦게까지 한참을 놀고

꼴찌에 젖은 구절초는 맨 먼저 눈물을 닦고 있다

떨어지는 느티나무 잎이거나

떠나가는 잎을 보며 떠나지 못하는 개미이거나

때꾼한 느티나무에 걸린 붉은 노을이거나

학원 갈 시간이야 수업 시간이야 시험 시간이야

소리칠 때는 알아들어야 하건만

외꺼풀 눈을 가진 열성형질 학생이

늙은 느티나무 주변을 돌고 있다

자전축인 듯 고요하여 끝날 것 같지 않다

떨어지는 잎을 손바닥에 곱게 펼쳐

가슴에 끼고 있던 시집 책갈피에 봉인한다

뒷모습이 묵례하는 시월 볕처럼

순하게 23.5도 사선으로 꺾여 있다

이마를 무서워하는 시간도

학교 앞 봉사하는 할아버지 닮아

오늘은 안단테 칸타빌레 손 깃발을 내린다

 

아이들에게 향기 나는 시간이 있을까요? 학교, 학원, 학교, 학원. 반복되는 시간. 교사는? 학교, 집, 학교, 집. 이맘 때면 학교를 출근하거나 퇴근하다 옆길로 빠져서 한없이 걷고 싶기도 합니다. 느티나무 잎이 검붉게 지는 때, 하나하나 주워 아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너는 도대체 누구니?”

                   김태식(성화중 교사)
                   김태식(성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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