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학 첫날

          /김태식

 

반은 자고 퍼뜩 종이 울린다

복도로 나온 잠

위 아랫반 지나가며 툭툭 묽어진다

미역국 냄새

긴 복도 걸어와 교실로 천천히 들어간다

사물함 주변

머리 땋아주는 혀들 소복이 붐빈다

햇볕 쨍 가득한 운동장

한 둘씩 열어젖히고 친구들 모인다

축구공이

발에서 가슴으로 둥글게 굴러간다

국기 게양대

꼭지 끝 교기가 바람 없이 조금 흔들린다

화단 배롱나무

개미떼 무당벌레 나비 제 살림을 산다

왜 우주에는 무엇인가

없지 않고 있어야 하는지

잠결에 들은 것은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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