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집에 보내고
강당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자신 이름 옆에
출석 사인을 하고
한 칸 띄어 앉았다
강의 내용은 양성평등
의무적으로 일 년에
두 번은 들어야 한다
서로 인사하고
기지개를 켜고
눈에 힘을 잔뜩 줘보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
잠깐 새 졸다 깨다
고개 꺾여 의자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퍼뜩 몸의 중심을 잡았다
식곤증이라고
수업이 많은 탓이라고
삼십 년 넘게 교육을
살아온 목소리가 변명한다
내가 말을 하면
예닐곱 시간 넘게
꼬박 한자리에 앉아
순한 눈빛으로
듣고만 있는 아이들
그들의 맑은 귀에 중독된 것인가
입은 관성으로 굴러가고
귀는 자연 선택으로 퇴화한 것인가
자기 말만 하려
안달하는 기형을
모르는 기형이 근심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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