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퐁맘의 열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봄이 소리 없이 왔다가 가버렸네요. 요즘 한낮의 햇살이 얼마나 뜨거운지 시원한 것을 절로 찾게 됩니다. 작년보다 많이 안정 되었다고 하지만, 계속되는 확진자 소식은 우리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평소 기저질환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너무 겁을 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잘 되어있기에, 확진이 되었더라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오히려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막연한 두려움 보다 믿음, 위로와 격려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요즘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게 정말 무서운 건 사람의 환경이라는 사실입니다.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많습니다. 더 이상 신을 양말이 없어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다녀야하는 현실, 매일 바꿔 써야 하는 마스크를 3일 동안 써야하는 현실,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고 늘 배가 고픈 현실, 갈아입을 옷이 없어 2주째 같은 옷만 입어야 하는 현실, 몸이 아파도 집에 아무도 없어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서 이 아이들의 형편을 살펴봐주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살 수 밖에 없더군요. 기관에 나오는 시간동안은 그나마 보살핌을 받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가정 환경은 부모의 의지로 변화할 수 있기에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나 기관에 가지 못하면 밥을 먹을 수 없어 슬퍼하는 아이를 보니 더 이상 코로나-19 가 걱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배고픔인 그 아이가 더 걱정이 됩니다. 코로나로 신체접촉을 피하라고 하지만 또래보다 유난히 작은 체격인 아이가 제 손을 꼭 잡을 때마다 놓을 수 없더군요. 놀이터에서 다리가 아프다고 등에 업혔을 때 새털같이 가벼운 이 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거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퍼집니다. 태어나서 수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아이에게 수박 이라는 단어를 알려주는 것도 미안해집니다. 이제라도 기관에 나오게 되었으니 올 여름엔 시원한 수박을 먹어볼 수 있겠지요.

짱아에게 엄마로서 더 많은 것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부끄러워지는 요즘입니다.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닌데, 더 많은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 게 부모의 당연한 마음인양 여겼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기본에 충실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짱아와 눈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식사를 하고 책을 읽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그런 기본이요. 짱아가 커가면서 그런 소소한 일상이 드문드문 해집니다. 짱아도 바쁘고 엄마도 바쁘다 보니 짱아가 잠드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할 때도 많아집니다. 짱아에게 옷이나 간식을 사주고,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짱아와 함께 한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자장가가 뭔지 모른다는, 잠자리에서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책이 뭔지 모른다는 한 아이를 위해 요즘 저는 잠자리 그림책 한권을 골라 출근을 합니다. 자장가를 처음 들은 아이가 “오늘 밤 이 노래를 기억하면 안 무서울 거 같아요.” 라고 말합니다. 매일매일 자장가를 기다리는 이 아이를 위해 읽어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입니다.

바우솔에서 나온 그림책 <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입니다. 다색판화 기법으로 작업한 그림으로 편안하고 정감있는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엄마가 잠자리에 누운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이 예쁜 그림으로 잘 나타나 있고, 자연스레 자장가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에 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짱아의 등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며 불러주던 <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는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 짱아가 제 등을 토닥이며 다시 불러주는 노래입니다. 짱아가 아픈 제 등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던 순간 얼마나 위안이 되고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자장가가 가진 힘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자장가를 잘 모르시거나 어색하신 부모님께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를 추천해 드립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장가를 부르는 모습을 발견하실 거예요. 달퐁맘의 이야기는 다음 호에도 계속됩니다.

        2021년 4월 24일 달퐁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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