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퐁맘의 열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 겪었던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새 학기마다 학부모반, 아이들 반으로 북적였던 학교가 방역지침에 따라 차분하고 조용해졌습니다. 새 학년 새 교실을 잘 찾아 갈까 걱정했지만, 짱아 스스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잘 찾았다고 합니다. 짱아를 기르며 처음으로 엄마의 분주함이 없는 새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새 학기 학습 준비물도 많이 간소화되었고, 기본 준비물을 학교 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 문구점에서 줄을 서서 계산 해야 하는 번잡한 일도 사라졌습니다. 오프라인 학부모 모임도 사라지다 보니 학교 홈페이지나 알림장을 꼼꼼하게 살피게 되고, 궁금한 점은 담임 선생님과 직접 소통하게 되니 오히려 ‘~카더라’ 통신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아이가 스스로 클 수 있게 도와주는 있는 셈입니다. 적당한 마음 거리두기가 되어 아이도 엄마도 한결 수월하게 새 학기 적응을 하고 있습니다.

짱아를 키우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이 아니어도 육아는 늘 새롭습니다. 짱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엄마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아이들이 클수록 엄마는 챙겨야 할 것도 많아지고 신경 쓸 일도 많아집 니다. 젖먹이 짱아를 키우며 힘들어 할 때 ‘이 때가 제일 예쁘고 제일 편할 때인데, 뭐가 힘이 드나’ 하던 어른들 말씀이 맞았습니다. 짱아가 클수록 점점 저의 몸과 마음이 바빠집니다. 문득 이러다가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짱아를 키우느라 세상과 잠시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작년에 깨달았습니다. 2020년 운 좋게도 파견직에 합격하여 8개월간 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일하는 동안 내 속의 ‘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짱아가 전부였던 ‘짱아엄마’에서 오롯이 제 이름으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문서를 작성 하는 8개월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근무 초반 실수를 해서 사유서를 쓰는데 스스로 책임지는 그 사유서에 찍힌 제 도장조차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내고 나니 그냥 짱아의 엄마로만 사는 삶에서 조금더 가보자 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근무 기간 동안 사회복지 공부를 병행했고, 실습도 이어 했습니다. 실습도 저 같은 엄마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모릅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3주간의 실습 기간을 아이들이 잘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으로 계속 미루던 공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눈 한번 질끈 감고 짱아와 짱아 언니에게 저의 마음과 다짐을 얘기해 줬습니다. 아이들 눈높이로 말고 그냥 제 마음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작년에 엄마가 일했던 8개월의 기간에 좀 단련이 되기도 했는지, 아이들은 7시까지도 괜찮다며 3주는 금방 간다고 오히려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한겨울 쌓인 눈이 녹기를 기다리며 까만 밤 퇴근길을 경험하며 3주간의 실습을 마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실습하는 동안 집에 있는 짱아 걱정에 동동거렸던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한 걸음 떼는 게 왜 이렇게 용기가 필요하고 어려운 걸까요?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난감하고 필요 했던 건 짱아의 돌봄이었습니다. 학교 돌봄은 신청기간도 정해져 있고, 자격 조건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저학년인 짱아를 일주일 내내 학원으로 돌리기에는 무리인데, 짱아에게 안전하고 필요한 돌봄 수요처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언제나 필요하면 조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센터가 있다면 더 많은 짱아, 짱구의 엄마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저는 그렇게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또 내딛었고, 얼마전 사회복지 분야 면접에 합격하여 파견직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9개월 계약직으로 작년보다 1개월 늘어난 계약직 근로자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저도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공부를 하고, 면접을 준비하고, 불합격 소식도 받아 보고, 결국 합격까지 되는 저를 보며 짱아는 마치 본인이 엄마를 키우는 듯 좋아하고 응원합니다. 지난 1년간 저는 짱아와 함께 많이 성장했습니다. 짱아 스스로 자신의 도움 없이는 엄마가 이렇게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짱아는 엄마의 발전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고 책임감을 갖는 어린이가 되었다는 것에 큰자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일을 계속 하면서 짱아와 사이가 좋아지는 건 적당한 거리두기로 서로를 응원하게 되고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하루종일 짱아를 위해 모든 걸 함께 해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유대감이 오히려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 끈끈하게 형성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차분해지고 안정된 새 학기처럼 저와 짱아도 더욱 깊고 안정된 유대감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달퐁맘의 이야기는 다음호에도 계속 됩니다.

2021년 3월 23일 달퐁맘
2021년 3월 23일 달퐁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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