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활동가들에게 듣는 우리 마을 공동체와 마을방송 이야기

공유공간 ‘마을’에 차려진 마을방송국 공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좌로부터 황수윤, 김홍일, 김근택님. ⓒ조현국
공유공간 ‘마을’에 차려진 마을방송국 공간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좌로부터 황수윤, 김홍일, 김근택님. ⓒ조현국

  지난 18일 마을의 한적한 식당에서 젊은 활동가들과 만났다. 9월 23일에 첫 유튜브 방송을 준비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그들이지만 다행히 짬을 내어 주었다.
며칠 밤을 새다시피 하는 그들이지만 젊다는 것이 그런 걸까?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방송과 활동가로서 사는 삶을 예리하지만 밝은 에너지로 이야기 하였다.
그들이 마을 공동체에 결합하게 된 계기는 모두 다르다. 김근택(23, 수곡동, 이하 편집쟁이)님은 동네 로컬 푸드 매장, 두꺼비살림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황수윤 (32, 용암동, 이하 팀장)님은 두꺼비생태공원 작은도서관 사서로, 김홍일(30, 분평동, 이하 운전수)님은 태어 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모두 각기 다른 공동체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 실현을 위한 발걸음을 떼었고, 그 발걸음이 여기로 이끌어 마치 몇 십년 동안 알았던 죽마고우처럼 호흡을 맞춰 가는 중이다. 나이도 취미도 성향도 다른 셋이 어떻게 마을공동체에 모여 마을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지, 젊은 활동가의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조명해 보았다.

“여기까지 온게 우연 같지만 필연인 것 같아요.”
인터뷰 즉석에서 뚝딱 별명을 지었다. 이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이들이 남을 위해 헌신하는 공동체를 이야기할땐 눈빛이 진지하다. 2003년에 초등학생이었던 팀장은 생태공원에서 자연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 올챙이, 두꺼비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림을 그리며 놀았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그때가 원흥이 방죽을 지키기 위해 청주 시민들이 힘을 모았던 때였어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무심코 지나온 시간속에도 마을의 역사가 생태공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연결고리로 남아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 활동가로서의 삶은 그 순간 시작 되지 않았을까요.” 팀장이 공동체에 나오게 된 계기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지나쳤던 공간에 역사가 깃듦을 알게 되고 그 의미가 자신의 삶 속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팀장에 이어 운전수에게도 계기가 있었다. 본인은 멋지고 폼나는 것에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세상 에서 필요로 하는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어렵고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갖는 것이 태생적으로 나랑 방향성이 잘 맞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계속해서 공동체 일이 자석처럼 붙습니다. 나도 제가 여기 마을 공동체에 있게 될 줄 몰랐어요.” 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오드림씨도 마을방송에 관심 있는 청년이다. 학업 일정으로 인해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지난 23일에 열린 ‘청주의 두꺼비로 거듭나다’ 비전선포식에 사용할 영상 편집에도 적극 참여했다. 9월 23일, 유튜브 생방송을 열리는 ‘청주의 두꺼 비로 거듭나다’에 사용할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오드림씨. ⓒ조현국
오드림씨도 마을방송에 관심 있는 청년이다. 학업 일정으로 인해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지난 23일에 열린 ‘청주의 두꺼비로 거듭나다’ 비전선포식에 사용할 영상 편집에도 적극 참여했다. 9월 23일, 유튜브 생방송을 열리는 ‘청주의 두꺼 비로 거듭나다’에 사용할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오드림씨. ⓒ조현국

“편집쟁이님은 우리중에 제일 일찍 공동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셋 중 제일 선배입니다. 2017년도부터 두꺼 비살림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제대 후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에 합류 했지요. 두꺼비살림 시절에는 일꾼 이었어요. 이것이 다 우연인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네요.^^” 라고 팀장이 환하게 편집 쟁이를 소개하였다. 이렇게 밝은 에너지를 뿜는 젊은이 들이지만 대한민국의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젊은 활동 가로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들어보았다.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
팀장은 활동가라는 직업은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공공에 기여하기 위해 밤낮 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월급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활동가들이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되면 분유 값이 없어 떠나가는 일을 종종 봅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운전수 또한 이번 나눔의 집 후원금 문제에 대해 안 좋은 뉴스를 접하면서 “이런 뉴스를 보면 대부분 활동가들이 적은 돈으로 열심히 뛰는데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가며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도 많은데 이런 현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셋은 한목소리로 생계가 보장 되지 않은 채 열정페이로 활동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 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것은 구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권익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는 활동가들이지만 정작 자신의 권익은 이야기 하지 못하는 아픈 이야기에 숙연해졌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공동체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죽여라’
운전수는 공동체란 같은 지향점을 향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완전한 하나가 아닌 같은 결의 목소리가 나오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년들이 모이면 그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이 기존 세대와 부딪치는 힘을 갖게 되죠. 원래 그럴 것이라는 순응을 버리고 저항을 삶속으로 받아들일 때 변화와 새로움을 꾀할 수 있습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예수를 만나면 예수를 죽여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비판적인 사고를 기본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곳이 공동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젊은 활동가들이 공동체의 활동가로 살아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손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모여 미래 지향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마을미디어란 다양한 목소리를 한 그릇에 담는 것
현재 세 젊은이들은 산남동 마을 공동체의 마을방송을 준비중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준비 중인 마을방송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9월 23일은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첫 방송으로 두꺼비친구들의 비전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충북미디어센터에서 2시간 이론을 배우고 한달 안에 영상을 준비하려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 입니다. 지식도 부족하고 장비도 부족하고...” 팀장의 말에 이어 운전수는 “정식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기가 어렵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서는 편하고 정확하게 내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활동가분들도 이런 채널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자는 처음 산남동 마을공동체에서 마을방송국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반신반의 했던 생각이 이 젊은이들과 함께라면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플랫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편집쟁이님은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이 편집할 공간과 사람, 장비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모일수록 팀이 커지고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자신들이 하고 있는 마을미디어 일을 더잘할 수 있고 그들이 모일 공동체라는 공간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팀장 또한 가까운 곳에 사람이 있고, 그 또래들이 결합해 마을방송국을 더 잘 만들 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각과 기존 세대의 인적자원이 만나면 공동체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아 분명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대와 사람이 만나는 공동체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플랫폼이며 자신 또한 그런 플랫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다양한 분야의 취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운전수님의 노력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의 젊은 시절은 어땠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부끄럽지 않은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열정 넘치는 그들의 희망찬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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