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월드컵 열기 속 우리동네 상가 풍경

지난 12일 그리스전을 시작으로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축제의 장이 이제 끝이 났다. 월드컵 자체는 아직도 마지막 1위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우루과이전을 끝으로 적어도 국민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거리에서 응원하는 일은 이제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야외 응원전에서도 다른 단지, 동네 사람들이 몰려 와 같이 응원하고 바쁜 중.고생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 있는걸 보니 신기했다. 아이들과 청소년, 젊은이들과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스스럼 없이 한데 모여 목소리를 높이고 마음을 모았다. 이 열기를 타고 월드컵 특수를 누린 상가가 있었으니 이른바 ‘국민 야식’배달 업종 - 치킨, 피자, 족발 등이다. 맥주집은 어디를 가나 붉은 악마 T셔츠와 머리띠, 응원 막대로 물결치고 좌석마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함성 소리도 우렁차다.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바빠서, 물량이 없어서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우리 동네 상가를 돌아 본다.

1. 와커 치킨 사장님


“자리가 다 차서 손님이 기다리는데도 더 받을 수가 없었어요. 축구가 끝날때까지 손님 들이 계속 있으니까요"

 

신진수 손님: 산남동이 직장인데요 응원 열심히 하라고 직원들한테 빨간T셔츠 선물했어요. 한국전이 있는 날 아침에는 모두 회사에 입고 출근하고 저녁에는 이곳에 모여 함께 응원했지요. 즐거웠어요.

2. 예티: 오늘 저녁(우루과이전) 응원막대 무료로 나눠주고 열심히 응원 할 겁니다.

 

 

3. 비어 캐빈 전두업 점장: 손님들 대부분이 빨간옷을 입고 어떤 남자 손님들은 호루라기까지 준비해서 불어가며 열심히 응원 하더라구요. 특히 한국전이 있는 날은 소음이 심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주민들이 이해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매출은 평소 대비 2.5배 정도 올랐습니다.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은 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축구 본다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더라구요. 계속 승리하면 좋겠습니다.


4. 봉이 동동: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난주는 매출이 좀 떨어졌다가 이번주는 좀 낫습니다. 방문한 여성만 월드컵 머리띠를 제공하는데 100개중 20개만 남았습니다. 오늘 저녁 우루과이전때 다 나갈거라 생각합니다. 평일에는 월드컵 전보다 손님이 오히려 적구요 한국전때만 좀 많네요. 이곳은 차림표 제목이 재미있다. 나뭇꾼 자루보쌈, 옹달네 묵무침, 말랑한 보쌈스캔들, 해적 김치탕, 빨간들에 오돌뼈와 주먹밥, 해물살 누드파전, 야동동 글래머 쟁탈전 등등.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도 좋을 듯하다.

 

 

5. 다성 왕족발: 평소엔 그냥 비슷하구요 축구 하는 날은 가게에 손님이 없는 대신에 배달 주문은 좀 늘어납니다.

6. 브링웰 김윤숙 사장님: 다른 나라 축구 할 때는 별 차이 없었구요 우리나라가 할 때는 1~2시간 전부터 직접 사가거나 배달 주문이 물밀 듯이 와서 주문 전화도 제대로 못 받았습니다. 그럴땐 매출이 3~4배 정도 올랐습니다.

 

7. 원흥반점: 힘드네요. 가정집에서 외식의 금액은 한정되어 있는데 요새 보통 치킨, 족발, 피자 같은 음식을 많이 시켜 먹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음식을 사 먹거나 외식은 잘 하지 않아요. 어쩔 수 없죠.

8. 임실치즈피자: 무더위에 오븐 앞에서 연신 피자 구워내느라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염한수 사장은 “유명 체인점 등은 사은품을 줘서 우리처럼 인지도가 약한데는 상대적으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와 경기할 때는 평상시와 같았구요 우리나라 시합이 있을때는 그래도 평소 대비 2~3배의 매출이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수요를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해 재료가 떨어져서 주문이 들어 와도 팔지 못했습니다.

9. 올리브 가든: 사람들이 나다니질 않아서 오히려 매출이 줄었어요.

이처럼 월드컵 특수라 해도 잘 되는 곳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특별한 날에 의존해서 장사가 잘 되기 보다 평상시에도 밝고 활기차게 잘 되는 산남동의 상가가 되기를 희망 해 본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