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 나타난 오리 가족 원흥이 방죽에 방생


지난 21일(월) 우리 마을 상가에 흰뺨검둥오리가 나타났다. 어미 오리 한 마리와 새끼 오리 여섯 마리였다. 주민의 제보 전화를 받고 달려간 에버빌 사거리 농협 뒤편 공터에 서둘러 도착하니 아무리 둘러 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늦게 도착해서 그새 달아났나 싶어 근처의 주택가를 뺑글뺑글 돌았다. 앗! 그런데 50여 미터 전방에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어기적 어기적 걷기도 하는 오리 같은 것이 보인다. 찾았다! 싶어 한 걸음에 달려가니 에고~ 비둘기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 몇 바퀴를 더 돌며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놓쳤나 보다. 아쉽다. 제보한 주민에게 놓쳤다며 하소연 하는데 “네? 농협 옆 토담 부동산 안에 있어요.” 한다. “뭐라구요?” 에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부랴부랴 토담 부동산에 갔다. “오리 어디 있어요?” “두꺼비 사무실에서 사람이 와서 가져 갔는데요?” “예에? 에구구~ 오늘은 왜 이러지?”“어떻게 발견 하셨어요?” “사무실 앞에 큰 화분이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그 뒤에 어미와 새끼가 나란히 있었어요. 어미를 가게로 유인하니 새끼들은 자연히 따라 오더라구요. 중간에 한 놈이 다른 데로 가려고 했는데 농협 앞 과일차 아저씨가 도와줘서 어미 옆으로 올 수 있었어요. 차에 치이지 않고 사람 손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이예요. 저는 용암동 사는데 산남동은 공기부터가 달라요. 그리고 생태마을이라서 그러지 이런것도 발견이 되고 신기하네요. 다른 동네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죠. 얼마 전 서울의 ‘ㅇ’건설사에서 내려와 청주의 살기 좋은 동네를 조사,선정했는데 그곳이 바로 산남동이예요. 이것은 꼭 아파트 같은 건물 자체만을 가지고 평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라며 이런 생태적인 환경이 큰 몫을 차지했을거라고 한다.

▶토담부동산 대표

두꺼비 친구들 사무실로 갔다. 닫혀진 박스에 숨 쉬라고 터 놓은 구멍 밖으로 오리 부리가 들쑥날쑥하며 소리가 시끄럽다. 어지간히 불안한가 보다. 그렇기도 하겠지. 두꺼비 친구들 박완희 사무국장이 원흥이 방죽에 풀어주면 된다고 한다. 두꺼비 친구들 선생님 두 분과 함께 불안해서 계속 꽥꽥 대는 오리가 들어 있는 박스를 안고 원흥이 방죽으로 갔다. 흥분해서 길을 헤맬까봐 되도록 물가 가까이 갔다. 옆으로 기울이는 와중에 뚜껑이 열려 있으니 어미 오리가 푸드덕 거리며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다. 순식간에 물 위로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뒤에서 새끼 오리들 소리가 나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나 보다. 바로 선회하더니 소리가 나는 새끼들 쪽으로 다가온다. 새끼들도 기울여진 박스 안에서 나와 어미를 따라 방죽 저 편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몇 시간 동안 불안하고 긴장해서 도망가고 싶었을텐데 새끼들 소리 듣고 돌아오는걸 보니 역시 어미긴 어미인가 보다.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는 자식을 다반사로 학대하는 것은 물론 버리고 죽이는 부모도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샛별초 장옥경 운영위원장은 “밤에 아파트에서 산책하는데 앞에 돌이 있길래 한 쪽으로 찼어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두꺼비였어요.” 푸르지오 윤경희 부녀회장은 “매일 새벽 4시 정도면 구룡산에서 뻐꾸기 소리와 온갖 이름모를 새소리들이 들리는데 참 듣기 좋아요.” 칸타빌의 한 주민은 “오늘 아파트 안에서 다람쥐를 보았어요.”한다.

아파트와 상가가 즐비한 택지개발 지구 안에서 이러한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에서 과연 몇 곳이나 될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가끔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집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렇게 살기 좋은 마을, 원흥이 방죽에서 흰뺨검둥오리들이 오래오래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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