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집, 버선본집, 붉은색주머니

사람들에게는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손에 잡히는 유형의 물건일 수도 있고, 또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추억, 기억 같은 무형의 것일 수도 있고... 그러나 내가 오늘 보여주고 싶은 물건은 유형의 물건이면서 아주 먼 과거로부터 나에게로 전달되는 소중한 기억이 함께 겹쳐지는 그런 물건이다.

나의 친정어머님은 외할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없다며 늘 아쉬워 하셨다. 그리고 유품이라고는 외할머님이 시집올 때 가지고 오신 수저 집과 몇 대 손에 걸쳐 내려왔다는 버선본집, 그리고 끈이 없어진 붉은색주머니였다. 아마도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실 때는 그 물건들이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대신하는 소중한 물건이었으리라!!

이제는 13년 전에 돌아가신 나의 친정엄마를 대신해서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늘 꺼내보는 것들... 각기 다른 비단 천에 정교하게 놓여진 자수들을 보고 있으면 바느질하고 있는 외할머니,  엄마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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