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어린이날 행사, 선거에 밀린 어린이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5월은 가족과 스승을 돌아보며 고마움을 되새겨 보는 달이다. 그러니만큼 다양한 행사도 많이 열리는데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예술의 전당 앞 광장에서 어린이 날 행사가 열렸다.

 여러 가지 색풍선으로 장식된 무대 위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리허설을 하느라 분주하다. 제복을 입은 군악대는 작년과 다름 없이 늠름한 기상으로 주변을 압도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게임을 하며 사회를 보는 사회자의 목소리는 귀청을 뚫는다. 주변의 체험 부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체험과 선물이 주어지고 어린이들은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흥분된 분위기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런 어수선하고 들뜬 분위기 속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뜨겁게 쏟아지는 햇빛을 작은 모자로 가리며 어서 빨리 행사가 시작 되기를 기다렸다. 작년은 물론, 지금까지 어린이 날 행사는 항상 10시에 시작했고 관계자도 그렇다고 했기 때문에 이날도 그러리라 생각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식은 시작되지 않고 식이 왜 지연되는지 안내 방송 한 번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그 와중에 초대받은 내외 귀빈들이 한 사람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없고 먼저 온 단체장조차도 선거용 명함을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행사장에 들어 서는 입구부터 앉아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그들의 손길은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받은 것 또 받고 받은 것 또 받고. 이날은 어린이 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명함 받기 위해 마련된 행사 같다.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일이다. 한 사람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람이 다가 오며 명함을 돌리고 이런 상황들이 몇 시간 동안 계속 반복되자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저 사람 또 오네. 제발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 “도대체 식은 언제 시작하는 거야.” 어린이 날을 빙자한 어른들의 선거 행사장. 이번 어린이 날은 딱 그 모습이다. 명함을 돌리는 선거 출마자들은 한결같이 모습이 똑같다. 웃는 모습에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땅바닥에 무수히 나뒹굴고 있는 명함들을 보며 “잘 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신 저 쓰레기를 묵묵히 주우며 묵언(默言) 선거하는 신선한 발상을 하는 선거 출마자는 없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비록 그것이 보이기 위한 전략이라 할 지라도. 이 날 행사는 결국 11시에 시작 되었고 아이들은 지쳐 기진맥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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