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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앙도서관'상당의 글향기'에 낸수필 - 마을신문기자 노릇하기

닉네임
김말숙
등록일
2009-11-17 02:57:48
조회수
6182
산남 두꺼비마을신문 ‘이웃집 탐방’ 코너를 맡아 기사를 쓰기 시작한 지 어언 6개월째. 처음에는 별 고민 없이, 내가 사는 동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덜컥 기사를 쓰겠노라 약속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내가 내 발등 찍었구나, 고생을 일부러 사서 하는구나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15일에 한 번씩 나오는 마을신문이고 무보수 자원봉사지만, 요구되는 책임감과 프로의식은 정식기자 못지않았다. 또, 15일은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오는 지, 신문 내고 한 숨 돌렸다 싶으면 금방 다음 호를 준비해야 된다.
‘이웃집탐방’은 어떤 코너인가? 누구를, 어떻게 써야 할까? 내가 그 사람들을 통해 마을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은 건 뭔가? 직장이 생겨 그만둔 다른 주부기자가 쓰던 것을 물려받은 거지만, 나는 나대로 또 다른 새로운 해석이 필요했다.
이런 고민 끝에 얻어낸 나의 ‘이웃집탐방’은 단순한 인사다. 길에서 마주쳐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가벼운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게, “나 여기 살아요. 나 이런 사람이에요. 우리 가족은 누구누구 있어요.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하고 동네 사람에게 내미는 손 같은. 그래서 이웃집에 놀러가서 차 한 잔 얻어 마시는 가벼운 기분으로 찾아가고 그런 느낌으로 글을 쓴다. 그 사람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파헤칠 필요도, 과장스럽게 칭찬할 필요도 없다. 가감 없이 ‘본대로 들은 대로 자연스럽게’가 나의 모토다.
우리 마을신문은 ‘살기 좋은 생태마을 만들기’ 선봉에 서 있다. 그답게 산남동 8개단지 아파트협의회 회장인 발행인과, 전에 분평동에서 마을신문을 만든 경력이 있는 편집장, 아파트 동대표도 맡고 있는 생태문화관 사무국장, 마을 곳곳을 발로 뛰는 주부기자, 거기에 어린이기자단을 운영하는 생태문화관 교육팀장까지 마을신문 편집인은 다채롭고 빵빵하다. 가끔은 내가 알아서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발 넓은 사람들이 모인 편집회의에서 인물이 선정된다. 일단은 산남동 주민이면 되고, 이야기꺼리나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이면 더 좋고. 취재를 요청했는데 거절을 당하면 의기소침해 진다.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그 기분은 이해하지만 그냥 좀 응해 주지~ 야속하다. 나와 가치관이 다르거나, 나보다 훨씬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 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정말 죽을 맛이다. 그 좋아하는 소설책도 한권 못 읽고 어떻게 써야 할 지 머리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다. 겨우 써놓고도 마음에 안 들어 심란하다.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가 별로 없다. 늘 고민스럽다. 언제나 돼야 ‘후딱’ 만족스럽게 써질까? 그때는 또 그때대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반성하겠지?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자주 쓰니 글 솜씨도 느는 것 같고 내색은 못하지만 남들에게 글 잘 쓴다고 칭찬받을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 이 일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을 멋진 이웃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고, 열심히 사는 유쾌한 이웃들을 보면 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런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힘을 합쳐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있다. 이런 것들이 나를 힘들어도 마을신문 만드는데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리라. 새벽이 훤하게 밝아올 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쓰다 보면 스스로가 기특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대여섯 시간을 꼼짝 않고 쓰고 고치고. 이럴 때 보면 나는 천상 ‘글쟁이’다.
작성일:2009-11-17 02:57:48 58.234.14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