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ㅀ?사랑으로 뭉친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산남 3지구에서 버스를 타고 수곡동 쪽으로 서너 정거장쯤 가다보면, 한솔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왼쪽에 3층짜리 붉은색 벽돌 건물이 있다. 겉보기엔 아무 시선도 끌지 않는 그냥 평범한 건물이다. 오죽하면 매일 그 길을 지나다니는 버스 기사도 모를까. 하지만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가니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간판이 있다. 조용한 겉모습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새로운 힘을 얻어 돌아가는 곳, 바로 ‘산남종합사회복지관’이다. 이번에는 우리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이웃을 찾아 가까운 그곳에 가봤다.

천생 ‘사회복지사’인 젊은 관장님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전동휠체어에 탄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러 분 계신다. 내가 두리번거리자 친절하게 어디 찾는지 물어보곤 안내를 해 주신다. 2층으로 올라가 먼저 관장님을 만났다. 무의식적으로 관장은 나이가 지긋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이 길로 들어섰다는 황명구(43세) 관장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나온 말. “관장님이 생각보다 참 젊으시네요?”

산남종합사회복지관은 청주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이 청주시로부터 위탁받아 91년 8월1일 문을 열었다. 내년이면 20주년이 된다. 천주교 재단이다 보니 전에는 주로 신부가 관장을 맡았다. 황 관장은 신부는 아니지만 천주교 신자고, 평직원부터 시작해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기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관장이 되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신문기자 관두고 사회복지 하는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학 다닐 때, 카톨릭 공동체 친구들이랑 나이 40이 넘으면 사회복지를 하자고 했는데 그 약속대로 살고 있는 셈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두렵고 힘들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한다”고 했다.

10명의 직원과 200여개의 프로그램

이곳에는 현재 대부분 사회복지사인 10명의 직원과 계약직인 강사들이 있고, 200여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가족기능강화, 지역사회보호, 지역사회조직, 사회교육사업, 지역자활사업, 지역연계 사업으로 구분하여 진행하고 있다는데 다문화가정, 새터민, 저소득층, 장애인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들이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사업을 다 진행하자면 모두들 숨 돌릴 틈도 없겠다. 재정은 정부보조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재단에서 3분의 1, 그리고 나머지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인적 자산도 이들의 큰 힘이다. 오래 된 단체라 그런지 후원회원도 꽤 많다. 600명이 넘는다고. 아무리 우리 사회가 각박해졌다고 해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부보조 노인복지예산이 줄어든다는 소식이 있어 걱정이다. 나도 후원신청서 하나 받아 가야겠다.

사무실을 나와 건물을 둘러봤다. 1층에는 어린이집과 무료급식소가, 2층에는 사무실, 강당, 어린이집 교실이 있다. 여기 있는 무료급식소에서는 매일 140여명의 노인들께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저녁때는 맞은편 건물에서 저소득층 어린이 60여명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한다고 했다. 어디가나 먹는 일이 가장 큰일이다. 복지관에서 펴내는 ‘나눔터’ 소식지를 보니 2008년 김장한 얘기가 나오는데 2천포기, 말 그대로 김장과의 전쟁이었단다. 복지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연들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서는 눈물이 났다. 요양보호사를 하며 돌봐드리던 노인들을 떠나보낼 때의 슬픔, 찾아감으로 자살하려던 사람을 구한 이야기 등 가슴이 찡한 이야기가 많았다.

작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띠앗반’이라고 이름 붙은 한 교실에서는 강사의 지도 아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한창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방해가 될까봐 살짝 들여다보고 얼른 나왔다. 그 와중에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어떻게 알아보고 한 아이가 신나게 손을 흔든다. 한 점 그늘 없는 명랑한 그 모습에 내 기분이 좋아졌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는 든든한 백그라운드

3층에는 노인복지센터와 청소년 공부방, 음악치료센터가 있었는데, 텅 빈 공부방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저녁때 청소년들이 찾아와 공부를 하고 대학생들이 관리부터 학습지도까지 자원봉사를 해 준다는데, 책상 몇 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공간이 저녁에는 젊은이들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찰 것이라 생각하니 흐뭇했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무료 샤워실도 있어 복지관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장애인들이 모여 원예치료, 만들기 등을 하며 활동하는 방도 있었다. 정신지체를 가진 친구들이 마침 간식시간이라 다 모여 앉아 있었는데, 내 안에는 나도 모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숨어 있었나 보다. 괜히 조심스러워 시선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자주 만나면 허물없이 대할 수 있으려나?

건물 구석구석 밝고 환하게 잘 꾸며 놓았다. 마음과 몸이 고달픈 사람들은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밝아질 것 같다. 게다가, 씩씩하고 환한 표정을 가진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해 성심성의껏 도와줄 테니 한결 힘이 날 것이다. 살아있음이 행복한 오늘이다.



 김말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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