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 리슈빌 105동 추영호, 임태희 씨 댁

 

겨울과 봄 사이,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아침이면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되는데 봄은 봄인가 보다. 마트에 갔더니 쑥이며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이 잔뜩 나와 있다. 콧바람도 쐴 겸 쑥 뜯으러 한 번 가야지 벼르고만 있는데 언제 다녀왔는지 부지런한 이웃은 직접 뜯어 왔다며 냉이를 한 봉지 건네준다. 저녁 먹고 나서 냉이를 다듬으며 이걸 준 이웃을 떠올린다. 이 냉이만큼이나 상큼한 향기를 풍기던 산남 리슈빌 105동 추영호(48세), 임태희(45세) 씨 댁. 이번 이웃집탐방은 “부부가 나랑 같은 원흥이 테니스클럽 회원이에요.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자원봉사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살아요.” 하는 편집장님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그 집으로 정했더랬다.

 

 


아들은 외교관 꿈꾸는 ‘훈남’

온 가족이 오순도순 식탁에 앉아 있을 시간인 일요일 저녁, 산남 리슈빌 105동. 현관문을 열자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글귀와 가족의 사진, 이름이 적힌 명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떻게 저런 걸 달 생각을 했을까? 집안에는 오늘도 테니스 치고 방금 돌아왔다는 추영호(48세), 임태희 (45세) 부부, 분홍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훈남 성엽이(고 2), 벌써 살며시 숙녀 티가 나는 중학교 3학년인 딸 희진이 까지 다 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가족을 다 만나기는 첨이라 멋쩍으면서도 반갑다. 한창 피어나는 예쁜 딸, 아들이 자리를 같이 하니 온 집안이 환하게 느껴진다.

원래 성엽이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주말이라 집에 왔단다. 기숙사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공부를 아주 잘하는구나 싶어 비결을 물으니 쑥스러워하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해 준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전교 1등 하던 애랑 친구가 돼서 그 애 공부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본 끝에 저만의 공부 방법도 찾게 됐어요.”

성엽이는 ‘외교관’이 꿈이다. 별로 변화가 없는 직장생활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단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 5학년 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오면서부터 무섭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가서 영어만 배워온 게 아니라 자기 꿈을 찾아 돌아온 것이다. 지금은 갈고닦은 영어실력으로 학교에서 영자신문을 발행하는 편집장도 맡고 있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 중에 하나’라고 하면서도 ‘노력파’인 아들을 보며 부모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딸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아들은 듬직한 맛은 있지만 엄마 마음을 헤아리는 건 역시 딸이에요. 요리도 잘하고 착해요. 제가 요즘 출장요리사로 일하기도 하는데 가끔 늦게 들어오면 저녁을 해놓고 기다릴 때도 있다니까요. 저랑 같이 요리학원도 다녔어요.” 딸 자랑도 빼놓질 않는다.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

지인의 소개로 만나 2달 만에 결혼한 지 벌써 17년째. 아내는 남편을 존경한다. 병약한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 밑에서 부모 사랑 모르고 힘들게 자란 남편인지라 살면서 가끔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성실하고 부지런한 그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마저 생겼다. 같이 테니스를 치면서부터는 더 사이도 좋아졌다.

어릴 때 앓았던 중이염으로 청력이 약해진 추영호 씨는 직장을 찾는 대신 장사를 선택했다. 결혼 초기에는 밤낮없이 일했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아 제법 먹고살만하다. ‘칠기 도매업’을 하는 그는 주말에는 쉬는데 아이들에게 추억을 많이 갖게 해주려고 가급적이면 가족 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그것도 쉽지 않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많이 데리고 다니세요. 고등학생만 돼도 애들하고 보낼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상엽이는 한 달에 두 번 집에서 자는데 벌써 이별연습을 하는 것 같아요.”

알고 보니 현관문 옆에 걸려 있던 명패에는 아이들에게 ‘행복이 넘치는 가정’ 을 만들어 주고 싶은 아버지의 꿈이 담겨 있었다. 에구, 나도 아이들에게 잘해야지. 뭐니 뭐니 해도 자식농사가 제일인 것 같다.

 

글 김말숙 / 사진 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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