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힌 우리 동네 풍경


10일(수) 아침, 무심결에 베란다 블라인드를 올린 순간 눈 앞에 은빛 세상이 펼쳐졌다. 와~ 지붕 위에, 나무 위에, 다리 위에도 순백의 하얀 눈이 탐스럽게도 쌓여 눈이 부시다. 3월 초순인데 이렇게도 많은 눈이 내리다니. 텔레비전에서는 2004년 이후 6년만의 폭설이라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교통사고도 났다고 한다. 아차! 산남천에 개나리가 피고 얼마 전부터 두꺼비들이 내려오기 시작 했는데 얘네들은 괜찮을라나.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꽃샘추위 시샘이 대단하다. 겨울의 끝자락, 마지막 눈일지 모르는데 이 아름다운 설경을 눈에, 마음에, 그리고 셔터에 담아 본다.

가지마다 무거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축 쳐져 있고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위태위태하다. 에버빌과 리슈빌 사이 인도에서는 에버빌 관리소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아파트 안도 아닌데 고마운 일이다. 저녁이 되어 가는데 사랑으로 아파트 배드민턴장에는 아빠와 아이들이 때늦은 눈을 만끽하며 눈싸움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칸타빌 2차 관리소 소장님이다. 저런 자상한 면이!  다음날,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아직도 눈 천지다. 샛별초등학교 옆 공원에는 하굣길에 아이들이 맨손에 손 시린줄도 모르고 눈싸움을 하고 리슈빌 아파트 안 평상 위에서는 3명의 여자 아이들이 얼음으로 팥빙수를 만들고 있다. 빨간 색연필 가루는 딸기 시럽, 연한 분홍빛 색연필 가루는 아몬드 맛 콘프로스트, 나뭇잎은 젤리, 흙은 팥, 돌은 떡, 달고나 부스러기는 콘프로스트, 참~ 맛나겠다. 오랜만에 풍성하게 온 눈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날은 추워도 풍경은 참! 멋진데 관리소 직원들은 즐길 겨를도 없이 위험 사고에 대비해 눈을 치우느라 힘이 든다. 말 그대로 폭설 때문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한내들 소장님은 그 많은 눈 때문에 제설작업하다 엘보증상(팔꿈치 통증)까지 생겼다는데 걱정이다. 빨리 나으세요~.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크게 들린다. 무슨 일인지 얼른 달려가 보니 칸타빌 2차 관리소 소장님이랑 직원들이 응달진 곳의 얼어버린 눈을 치우고 있다. 영차~ 영차~ 이 쌀쌀한 날씨에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덥다고 잠바까지 벗어 제낄까? 저런 분들 때문에 우리는 안전하게 다니고 마음껏 설경을 감상하겠지. 감사합니다. 저녁 어스름, 눈 덮인 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이 아른아른 황홀하다.

▶Poto 권기윤

▶Poto 권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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