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 모니터링 체험 - 민규네 가족


두꺼비 생태문화관에서 「양서류 모니터링」을 신청한 한 가족을 우연히 만났다. 「양서류 모니터링」은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원흥이 방죽에 내려오는 길목에 함정(땅 속에 묻은 양동이)을 설치하여 두꺼비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두꺼비들의 이동경로와 선호하는 서식환경을 파악해서 기초자료를 모은 뒤 다른 지역의 공원이나 택지개발지구의 양서류 보호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이다. 복대동에서 왔다는 이정학(39) 아버지와 이순기(40) 어머니, 그리고 이민규(6) 어린이. 작년에 원흥이 방죽 얘기를 TV에서 보고 찾아 왔는데 두꺼비 생태문화관이 개관을 하지 않아 그냥 갔다고 한다. 그 뒤로 TV에서 원흥이 방죽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이가 자꾸 오자고 졸라서 오게 되었는데 지하 1층에서 양서류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관람한 뒤 드디어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며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보슬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쌀쌀한 날씨의 3월1일 오후 2시. 우비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함충호 모니터링 팀장과 김말숙 생태공원 안내자 선생님과 함께 나섰다. 원흥이 방죽 굴다리 밑에 이르자 두꺼비를 양동이로 유인하기 위한 망이 길게 둘러쳐져 있다. 양동이 안에 두꺼비가 있을까? 없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들여다 보다 “와!!! 두꺼비가 있다~”“있어? 있어? 어디 봐!” 암컷 위에 수컷이 올라 탄 형태로 한 쌍이 빠져 있다. 2~3m 바로 옆 다른 양동이에도 두꺼비 한 쌍이 빠져 있나 보다.“여기에도 있어!!! 어디? 어디?”서로 얼굴을 들이 밀고 쳐다보려 난리가 났다. 신이 난 관객들과 더불어 같이 기뻐하며 함충호 모니터링 팀장은 장비를 꺼내 몸무게와 길이를 재고 작년에 왔던 두꺼비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리더기를 갖다 댄다. 함충호 모니터링 팀장은 "두꺼비를 발견할 때마다 몸 안에 고유 번호가 입력된 마이크로 칩을 넣는데 그 이유는 몇 년에 걸친 두꺼비의 이동경로나 숫자를 파악,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상(크기, 무게, 발견장소, 이동방향 등)을 관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두꺼비는 리더기에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구룡산에서 새로 내려 왔나보다. 기록을 체크하고 엄마와 민규는 원흥이 방죽에 두꺼비 한 쌍을 놓아 주었다. 검찰청 앞 굴다리 밑을 지나 원흥이 방죽 바로 옆을 길게 망이 둘러져 있고 사이사이 함정이 있다. 봄부터 가을이라면 갈대나 수생식물로 덮여져 있어 감히 엄두도 못 낼 이 길을 겨울이기 때문에 구석구석 들여다 보며 가는 기분이 새롭다. 조금 가다 두꺼비 한 쌍이 또 발견 되었다. 이번에는 민규 아버지가 두꺼비 몸에 칩을 넣었다. 처음 해 보는데도 한번에 성공이다. 40평생에 처음으로 두꺼비를 만져 보았다며 신기해한다. 두꺼비를 잡으면 불안한지 발을 버둥거리며 잠시도 가만 있으려 하지 않는다. 입에서 금방이라도 긴 혀가 쑥 나올것만 같다. 아무리 불안해도 두꺼비는 물지 않는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번 함정에서 드디어 민규가 두꺼비를 잡았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비가 온 뒤 함정에 물이 너무 많으면 두꺼비에게 위태로워 물을 퍼내야 하는데 그것도 민규는 잘한다. 아주 익숙하게. 비가 온 뒤라 땅이 질펀하고 물웅덩이도 많다. 장화가 왜 필요한지 흙은 왜 그렇게 묻어 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냥 폼이 아니었다. 한내들과 퀸덤 사이의 주이동 통로를 걷는데 얼음 밑으로 물이 졸졸졸졸 흘러 내린다. 드디어 봄이 오려나보다. 한내들 뒤의 거울못과 두꺼비논엔 개구리알들이 많이 있다. 도룡뇽 못에 이르러 도룡뇽 알을 찾는데 알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전에 함충호 팀장님이 보았다고 했는데 불안하다. 부디 잘 숨어 있기를.

 검찰청 옆 이동통로를 따라 내려오며 관찰하는데 두꺼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날이 추워 더 있다 내려 오려나 보다. 2시간 가까이 추위에 떨며 다녔더니 정신이 없다. 이런 힘든 모니터링을 두꺼비가 산란을 마치고 구룡산에 올라갈 때까지 몇 개월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한다고 하니 정성이 대단하고 마음이 숙연해 진다. 모니터링을 마친 민규 어머님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또 저희들에게도 소중한 체험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본인들을 위해서가 아닌 말 못하는 양서류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고 고마웠습니다.”라며 전문가들이 생태계를 조성해 가는게 중요하다는걸 느꼈다고 한다. 양서류 모니터링은 두꺼비가 산란하고 올라가는 5월초까지 할 계획이니 관심있는 주민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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