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사랑으로 102동 ‘어린이기자’ 진선이네 집


지난해 ‘어린이기자’로 당당히 마을신문 한 면을 차지했던 초등학생들이 올해 대거 중학교에 들어간다. 그래서 ‘어린이기자단’을 졸업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잘 자라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동안 어린이기자들 활동을 도와주며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대로 끝내려니 섭섭하고 아쉬웠다. 그런데, ‘이심전심’이라고 중학교에 가서도 마을신문에서 ‘청소년 기자단’을 만들면 다시 활동하겠다는 아이들이 있어 흐뭇하다. 거기에는 작년에 어린이기자로 활동을 제일 많이 해서 연말에 ‘다작상’을 받았던 진선이도 포함돼 있다.

넘치는 애교덩어리는 아니지만, 어린이기자단 모이는 날이면 꼭 나와서 생글생글 웃던 진선이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번 이웃집 탐방은 마을신문 1주년을 기념하여 김진선 어린이기자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티 하나 없이 해맑은 얼굴은 아직도 애기 같지만, 가느다란 몸은 금세 내 키를 훌쩍 뛰어넘을 것만 같아 흐르는 세월을 실감나게 해주는 진선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햄스터 한 마리, 예쁜 가족사진

진선이네 집은 산남 사랑으로 102동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보니 꼭대기 층이다. 여기도 다락방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어라~ 현관문이 평범한 철문이 아니네? 나무결을 연상시키는 카키색 바탕에 잔잔한 꽃이 한 줄로 죽 늘어서 있는 시트지를 붙여놔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진선이랑 진선이 엄마, 아빠, 남동생 - 온 식구가 반갑게 맞아준다. 다들 전에 본 적이 있어선지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진선이 아빠 김재구(43세)씨는 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주 생태문화관에서 만났다. 아침나절, 축구하고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진선이처럼 마른 몸매에 큰 키를 가졌다. 진선이가 아빠 체질을 닮았나 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니 부럽기 짝이 없다. 진선이가 어린이기자단 활동을 하게 된 것도 마을 일을 열심히 하는 아빠 때문이라고. 진선이 엄마(유향미, 38세)랑 남동생 사민이(13세)는 두꺼비학교에서 만나기도 하고 같이 1박 2일 캠프도 갔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집 구경을 했다.


집안을 둘러보니 TV 앞에 있는 햄스터 집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진선이가 친구들에게 선물 받았다는 수컷 햄스터 한 마리가 들어 있었는데 얼마나 잘 먹였는지 오동통하니 엄청 크다. 좀 크긴 하지만 하얀 줄무늬가 들어간 햄스터가 귀엽다. 우리 둘째가 보면 좋아할 텐데. 우리 집에서 키우다 죽은 불쌍한 햄스터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햄스터 옆에 있는 수반엔 구피가 살랑살랑 헤엄치고 있다. 곳곳에 진선이가 POP(예쁜 손글씨) 배울 때 만들었다는 작품도 걸려 있다. 이런 게 있으니 집안이 한결 아늑해 보인다. 여기도 복층 구조라 위층이 또 있었는데 계단을 올라가 보니 서재로 꾸며져 있었다. 요새는 추워서 아래층만 쓰고 위에는 주로 컴퓨터 쓸 때만 올라간다고. 흰 티와 청바지를 기본으로 맨발이 드러나는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찍었다는 가족사진도 참 마음에 들었다.
 
진선이가 POP(예쁜 손글씨) 배울 때 만들었다는 작품

간식은 내 손으로


진선이네 엄마 아빠는 사창동에서 꽃가게에 쓰이는 부재료 대주는 가게를 한다. 남들은 부부가 같이 장사를 하면 잘 싸운다는데 이 집은 안 싸우나 궁금했다. 대답은 “잘 안 싸운다.”이다. 그 이유는 진선이 아빠가 주로 져주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옆에 있던 진선이가 그 소리를 듣더니 ‘픽’ 웃는다. 아닌가? 하지만, 내 눈에도 ‘사내결혼’ 했다는 그들 부부는 퍽 사이가 좋아 보인다. 엄마 아빠가 장사를 하니 진선이는 동생이랑 둘이 있는 시간이 많다. 누나를 이겨 먹으려는 동생이 얄미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잘 지낸다. 동생 사민이는  게임을 하는지 인사하곤 위층으로 올라가 얼굴을 안 비춘다. 끝날 때쯤 불러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진선이는 집에서 아무래도 ‘공주’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이 집의 식단은 진선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엄마가 퇴근할 때쯤 “엄마, 감자탕이 먹고 싶어요.” 또는 “오늘은 삼계탕 해 주세요.” 시시때때로 주문전화를 건다. 엄마가 요리를 잘 해 주지만 가끔은 진선이가 할 때도 있다. 언젠가 콩국수 만드는 걸 보더니 이제는 콩국수도 곧잘 하고 핫케이크도 직접 해 먹는단다. 언제 진선이한테 콩국수 한번 해달라고 해야겠다.

딸을 사랑하는 진선이 아빠는 중학교 입학 선물로 ‘휴대폰’을 사주기로 했지만, 못내 걱정스럽다. 지금도  MP4를 사줬더니 노상 그것만 들여다보며 아빠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는데 휴대폰을 사주면 더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로 얘기도 하고 같이 시간도 보내야지." 그말에 진선이가 항변한다. "아빠도 매일 나가잖아요. 저녁 때도 집에 잘 없고." 모임도 많고 회의도 많은 김재구 씨도 늘 바쁜가 보다. 그래도 토닥토닥거리는 부녀지간 애정싸움이 보기 좋다.

 처음 기사를 쓸 때는 수첩에 꼼꼼히 메모도 하고 인터뷰 하러 갈 때는 질문꺼리도 다 적어 갔는데 이제는 달랑달랑 펜 하나 들고 가도 기사를 쓸 수 있게 됐다는 숙련된(?) 기자 진선이. 뒤에는 화목한 가정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었다. 진선이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이란다. 성실하고 야무진 진선이는 그 꿈도 꼭 이룰 것이라 믿는다.

진선아, 우리 올해도 같이 ‘마을신문’ 열심히 만들어 보자!

글 김말숙, 사진 신영 기자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