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준 리슈빌 대표회장
12월 8일 아파트협의회에서 청주교육청을 공식 방문하면서 이곳이 지어지기까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2007년 12월에 교육감 후보에 질의서를 보내고 받은 일, 또 2008년 1월 당선된 교육감님과 간담회를 열었던 일이 지금에 와서 주민들에게 과연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주민이 원한 적이 없었던 시설이지만 테니스 코트, 대회의실, 정보실, 도서실 등 문화체육시설을 지역 주민이 편리하게 활용하게 하겠다는 서면답변이 있었고 간담회에서 나온 여러 가지 의견도 검토할 예정이거나 협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만 해도 그랬다. 최소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자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의견을 수렴한 자리가 되었고 수렴되었다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자를 끌어들여 건립한 후 일정기간 민간이 운영하는 BTO 방식의 수영장을 포함하여 건립하는 안은 교육감이 가져가서 검토해보겠다고 하였지만 아무도 검토한 흔적이 없었고 몇 달이 지나 재촉하여 받은 답은 “전례가 없어서 못 한다”거나 “공사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임박했으므로 계획을 바꿀 수 없다”였다. 그렇게 실내 농구장 겸 강당이 부지 한 가운데에 세워졌다. 그 자리에 서서 생각했다. 농구장이 빨리 필요했던 것 일까? 우리가 원하던 대로 차라리 이 자리가 비워 두었다면 지금 남아있는 나머지 절반의 부지를 앞으로 활용하기가 더 좋을 텐데.


우리 충북도는 국내에서 바다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물 속에서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는 능력은 영어나 수학보다 더 필요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차례 건의했지만 이곳은 접근성이 좋으면서 50m 풀을 지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접근성이 좋지 않은 위치에 짓는 것은 두고두고 욕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은데, 주중동에 지은 학생문화원이 그런 원성을 사고 있다).


총론에서는 교육청 행사가 없을 때 문화체육시설을 주민들이 “얼마든지“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였지만 각론에서는 다분히 ‘생색내기 용’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약이 많음을 느꼈다. 300석 규모의 대회의실은 교육청의 행사 계획이 없는 휴일 또는 저녁시간대에 주 1-2회 정도 활용하는 것인데, 일년에 몇 번 부정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민을 위해 만들었다는 도서실은 우리 아파트 도서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인데 결국 민원인들 대기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결국 주민들이 의견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어진 시설을 주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하게 하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편에서 또 한번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서운함이 울컥 올라왔다.


도대체 주민들이 왜 교육청 시설을 활용하려고 하는지 성가시게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면서 왜 교육감을 주민직접선거로 뽑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펴기도 한다. 이런 분에게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교육은 학교 밖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해도 잘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돈의 논리를 싫어하지만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 이런 치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토지공사가 산남동에서 얻은 이익이 수백억원인데, 교육청 부지는 토지조성원가 이하로 제공된 땅이다. 우리가 낸 직간접세금 뿐 아니라 그 토지가격에 직접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육청 부지는 이 지역민들이 상당부분 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했던 시설은 아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우선 테니스장 야간 활용이나 대회의실을 일주일에 하루 저녁 2시간이라도 정기적으로 주민 공동체에서 관리하면서 정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이 모아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청사 오른편에 남아 있는 부지에 우리의 아이디어가 적용되기를 희망한다. 책상에서 하는 생각에 주민을 맞추려 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을 듣고 그에 맞추어 실행하는 행정이 보편적인 시대가 우리지역에서 먼저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손현준 리뷰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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