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짜리 국수가 4000원짜리 국수로 느껴지는 이유


두꺼비 생태공원 길 건너 뒷골목, 산남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한번쯤은 가 보았을 그 곳 - ‘소영 칼국수’.

건설업을 하는 남편과 서울에서 홍익대학교 미대를 나와 SBS 방송국에 다니는 딸, GS 건설에 다니고 있는 아들까지 굳이 힘든 장사를 하지 않아도 여유롭게 살 수 있지만 베풀면서 사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사는 박윤자(53) 사장님. 아이들을 정성을 다해 키우고 부부만 남았을 때 우울증이 와 이젠 자신이 쓸모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아 속절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살까지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누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게를 열어 자리를 잡으면 넘겨줄려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자신감과 활력을 찿으면서 이제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인생의 2모작을 준비하고 있다.

박윤자 사장님의 가게경영 마인드는 ‘마음을 비우고 안될수록 베풀어라’


매년 5월이면 산남동 14군데의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을 초대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고 생계를 위해 힘들게 박스를 주우러 다니는 분들이 가게 앞을 지나가면 “식사 하셨어요?” 인사하며 소매를 잡아당겨 모시고 와 식사대접을 한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이제는 그분들이 미안해서 어떤때는 고개 숙이거나 피해 간다고 한다. 일주일에 꼬박꼬박 2번씩 들르는 우체부 아저씨에게는 밥을 미리 가져다 주고 엄마들 5명이 아이들 5명 데리고 와서 5인분만 시켜도 면과 밥은 무조건 무한리필. 나중에는 엄마들이 미안해 하며 더 시킨다고. 쌀쌀한 날씨에 칼국수 먹으러 와서 2~3시간 얘기하고 있으면 보이차도 써비스~. 생각보다 수입은 적지만 마음은 항상 행복한 부자라고 한다. 10일동안 해외여행을 다녀 올 정도로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는 가족처럼 무조건 믿으며 주방에는 본인이 없어도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시켜 먹으라고 항상 비상금을 5~6만원씩 비치한다. 이러니 자리를 비워도 본인들 가게처럼 더 열심히 하고 장사가 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더 걱정한다고. 여행을 다녀 올때면 직원들이 생각 나 선물도 사다 주고 본인하고 맺어진 만남이 끝까지 좋은 인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느 날 40대 초반의 여자분이 “식당을 해 보려고 하는데 경험이 없어 불안해 했더니 어떤분이 소영칼국수를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좀 가르쳐 주세요” 해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손님에게 음식을 쏟고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얼른 달려가 사과하며 손님 옷을 닦아 드리고 세탁비에 차비까지 드리니 손님이 오히려 괜찮다며 더 미안해 하더라고 한다. 아무리 철저하게 신경써서 준비해도 일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 손님것인지 주방 실수인지 모르지만 음식에서 머리카락 하나라도 나오면 무조건 사과하며 그 테이블 전체 음식값은 절대 받지 않는다. 체인점이라 수익창출을 위해 재료구입할 때 본사의 방침에 따라야 하지만 손님들에게 맛좋고 질좋은 수육을 대접하기 위해 싱싱한 국내산 생고기 상품을 현금주고 사오고 주방의 모든 음식은 직접 먹어보며 체크하고 손님이 남긴 반찬은 무조건 버린다.

법원 앞이라 좋지 않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가끔 오는데 어느 날 나이 지긋한 남자분이 인상쓰고 들어 와서 식사를 하는데 더 자주 왔다 갔다 하며 친절하게 신경쓰며 챙겨 드렸더니 나갈 때 “잘 먹고 갑니다”하며 편안하게 웃으며 인사까지 하고 갈 때, 또 어떤 손님은 “4000원짜리 국수 먹었는데 40000원짜리 국수를 먹고 간 느낌입니다. 오~래오래 하십시오. 잘~ 먹고 갑니다” 라며 인사를 하고 갈 때 본인은 무한한 행복감과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학교나 유치원 보내 놓고 이집저집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안타깝다며 뭐라도 빨리 시작하고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상가임대료가 비싸고 경기까지 좋지 않아 장사하기 힘들다는 요즘 이곳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유는 음식 맛도 있으려니와 박윤자 사장님의 보이지 않는 음덕이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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