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영 퀸덤 대표회장
산남두꺼비마을 아파트협의회에 참여 하면서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예전엔「마을공동체 만들기」는 동사무소나 관이 알아서 끌어가고 주민들은 뒷받침 하는 것인 줄 알았다.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과연 누가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을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만 해도 온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참 많았다. 마을을 청소하는 일, 개울에 쌓인 흙을 퍼내는 일, 길가의 잡초를 뽑고 꽃을 심는 일, 그때마다 마을사람들 모두 함께였다. 해마다 할아버지 생신날 아침이면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어르신 댁마다 들러 "‘저희 집에 아침드시러 오시래요"’라며 작은 꼬마였지만 심부름을 다녔다. 마을 길에서 마을 어른들을 마주치면 “진지 잡수셨어요”라고 인사를 꼬박꼬박하며 지나 다녔다.


내가 사는 퀸덤에서 매월 셋째 일요일 오후에 아나바다 장터를 하는 이유도, 이웃 간에 서로 얼굴을 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얼굴도 익히고 더욱 발전해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사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의식이 없어도 개인 생활이 불편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가 활성화 된다면 생활에 행복 하나가 더해질 것이다. 요즘엔 일가 친척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바쁘다는 핑계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 아니던가. 이왕이면 가장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마을 사람들이고,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살아 간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생각과 취향과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행복감도 느끼지 않을까. 어려운 일을 함께 할 때는 서로 힘이 될 것이고,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면 더욱 커질 것이다.


나 또한 산남두꺼비생태마을 협의회의 일원으로 마을 전체를 바라보고 고민한다.

꼭 우리 아파트의 일이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함께한다.

우리가 의미가 있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수고스럽더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같이 호흡하고 호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에너지를 준다.


♣ 석곡리와의 자매결연은 건강한 먹거리, 정직한 먹거리로 돌아올 것


증평군 석곡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우리 마을사람들과 함께 농민들의 고민도 함께 하고 싶다. 농촌의 현실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었어도 노력을 인정받아 판매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 되어 있다. 유기농(친환경)농산물만 취급하는 공판장도 하나 없이 따로 대접받아 유통된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현실이 당연하다.


농민들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고 판매에 매달린다는 것도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과 고령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 사정을 감안한다면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 있다. 힘들게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도 일반농산물로 공판장에 내다 넘기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면 공판장에서 힘든 노동의 대가는 커녕 빛깔이 나쁘다며 등급을 낮게 받아 제값을 못받는 일이 허다하다. 이를 알고 있는 중간 상인들만 횡재하는 경우가 거기에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옳은 길인 것을 알지만 힘들고 지쳐 쉬운 길을 다시 걷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식탁은 점점 건강한 먹거리가 사라지는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 마을과 이번에 자매결연을 맺은 증평군 석곡리 마을 농민들의 쌀농사는 우렁이를 이용하여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또한 밭농사 작물에는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자 온갖 한약재, 미나리, 쑥, 마늘, 조개껍데기, 생선 등을 술과 설탕, 현미식초를 이용하여 발효하는 방법과 동해까지 가서 미네랄 공급을 위해 바닷물을 떠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며 농사에 정성을 다 한다.


이런 분들이 판로가 힘들어서 또는 어려운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로 판매가 된다면 그들은 끝까지 그 길을 갈 수 있겠는가? 농촌의 문제가 농민 그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 여기에 있다.


우리 마을은 그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함께 앞으로의 판로를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 일손도 돕고 체험학습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줄 예정이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법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 준다면 농민들에게도 힘이 되고 우리에겐 건강한 먹거리, 정직한 먹거리로 돌아올 것이며, 건강 또한 챙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백주영 ( 산남퀸덤 입주자대표회장 )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