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퀸덤 109동 조경숙 씨댁

“우리 아파트 반장님을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와요. 얼마나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지 같이 있으면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파요. 정말이지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어요. 글재주도 있어서 방송에 나가 상품도 많이 타고, 작년에는 유머집도 한권 내셨어요.”

우리 동네에 그렇게 유쾌한 사람이 있단 말이야? 요새는 웃음이 보약이라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얼른 만나러 가야지. 산남 퀸덤 109동에 사는 조경숙 (52세)씨. 그녀가 바로 그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가족 모두 ‘개그맨’ 뺨쳐

까무잡잡한 피부에 아담한 체구, 많이 웃어서 생긴 예쁜 주름을 가진 그녀는 처음 보는데도 오래된 이웃마냥 친근하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선선히 방문을 허락해줘 고마웠는데, 저녁시간이라고 식사를 준비했단다. 아이고, 죄송해라. 빈손으로 와서 밥까지 얻어먹다니. 이렇게 폐를 끼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정성스레 차려진 밥상 앞에 앉으니 숟가락이 절로 움직인다. 처가댁에 처음 인사드리러 간 사위감 마냥 주는 대로 밥을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웠다. 못생겼지만 맛은 그만인 사과를 후식으로 먹으며 그제야 천천히 집안을 둘러봤다. 집안 곳곳에 있는 화초들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들려오는 복음성가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모태신앙으로 남편도 목사님 중매로 만났단다. 엄마를 꼭 닮은 가느다란 눈웃음이 매력적인 대학생 딸 지혜(20세)랑,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머리 좋고 듬직한 아들 종훈(28세)이를 슬하에 두고 있다.

엄마를 꼭 닮은 가느다란 눈웃음이 매력적인 대학생 딸 지혜랑 조경숙씨

“한번은 남편이 전화 늦게 받았다고 대뜸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듣고 있다 그랬지. 여보, 나 시집 정말 잘 온 거 같아. 그러니까 남편이 뜬금없이 뭔 소리야 하겠지요? 아까 전화벨 울리고 뛰었는데도 우리 집이 너무 넓어서 이제야 전화 받잖아 했더니 조용해요.”

들으며 배꼽을 잡았다. 이렇게 전화를 받는다고 상상해 보라, 안 웃고 배기겠는가. 이러니 어떻게 싸움이 되겠는가. 그냥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다 개그다. 그녀는 작년에 이런 가족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얘기들을 엮어 유머집을 한권 펴냈다.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남편과 엉뚱 발랄한 딸, 은근 카리스마 있는 아들, 친정식구까지 다 동원돼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들은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한다. 그녀뿐 아니라 가족이 다 유머가 철철 넘친다.

웃음 주는 ‘웃음전도사’ 되고파


그녀는 이제 유명인이다. 책도 냈지만,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왔다. 남들은 한번 나가기도 힘든데 KBS, MBC, SBS, CBS 등 안 나가 본 데가 없다. 방송에 보낸 사연이 소개돼 TV, 컴퓨터, 장식장, 가스 오븐렌지, 제주도 여행권까지 살림살이도 여럿 장만했단다. 충북방송 ‘스타뽑기’라는 코너에 ‘연변여인’으로 분장하고 만담을 해서 인기상을 받았던 경험을 얘기하며 “내래 고저~” 하고 잠깐 흉내를 내는데 어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잘하는지 그때 못 본 게 참 아쉬웠다. 우리 동네서도 한번 볼 기회가 있으면 좋을 텐데.

“큰 애 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나 봐요. IMF 터지고 다 힘들었잖아요. 사람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고 싶었어요.”

친정엄마가 병원에 오래 입원했었다. 그때 병원에 자주 찾아갔는데 주위 사람들이 어머니한테 둘째딸 언제 오느냐 묻더란다. 한번 갔다하면 병실이 떠나가라 웃게 만드니 다 그녀를 기다렸던 거다.

“약으로만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웃음치료사가 되고 싶어 준비 중이에요. 레크레이션도 배우고 글도 더 잘 다듬을 수 있게 수필도 배우고.”

피부가 까맣다고, 아랫입술이 유난히 툭 튀어 나왔다고 딸내미가 가끔씩 농담반 진담반 엄마를 구박한다지만 그녀의 매력은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타고난 입심과 솔직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녀. 그녀가 있는 곳엔 언제나 웃음꽃이 피고 사람이 모인다. 그녀가 앞으로 더 유명해지고 바램대로 ‘웃음치료사’, ‘웃음전도사’가 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 주길 기대한다.
"저번에 웃었는데 또 웃어 이사람아?  유머집


글/김말숙, 사진 /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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