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셀프스튜디오 운영하는 산남에버빌 107동 이경은 씨댁

“아파트에서 사진관을 한다고? 신기하네~.”

호기심을 가지고 방문한 이경은 씨(37세)댁. 산남 에버빌 107동 906호에 도착하니 현관문에 ‘셀프 스튜디오 밤톨’ 이라고 쓴 예쁜 폼 아트 간판이 붙어 있었다. ‘밤톨’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어 누가 지은 거냐고 물었더니 ‘작지만 알차다’란 뜻을 담아 이경은 씨가 직접 지었단다. 밤톨 같이 반질반질하고 단단한 사랑스런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작지만 구석구석 자투리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한 그녀의 스튜디오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신개념 사진관 ‘셀프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잘 꾸며 놓았을까. 보는 것마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주인이 ‘친환경’을 강조하는 파스텔톤 원목가구들과 고급스런 소품 하나하나가 한데 어울려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서 사진 찍으면 정말 배경이 예쁘게 나오겠다.

셀프 스튜디오는 보통 사진관과 개념이 다르다. 다른 사진관은 손님이 찾아가면 주인이 사진을 찍어 주지만, 여기서는 장소만 빌려주고 본인들이 직접 찍게 한다. 주인은 찍은 사진을 받아 앨범이나 액자로 만들어 주고 장소대여료와 액자 값만 받는 것이다. 요즘은 카메라도 좋고 젊은 부모들은 사진을 많이 찍어 봐서 자신의 아이 사진 만큼은 전문가 못지않게 찍을 수 있다고. 아이 또한 낯선 사람이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는 것보다 부모가 찍으면 더 편안해하고 자연스럽게 사진기 앞에 설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전문가를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아는 사진사를 연결해 주기도 하는데, 물론 이 비용은 별도다.

남편은 액자공장, 부인은 스튜디오 사장님


평범한 주부에서 이제는 ‘사장님’이 된 이경은 씨. 그녀는 웨딩샵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다. 거래처 액자공장을 운영하는 남자를 만나 그 성실함과 순수함에 반해 5년간 사귀다 서른 살에 결혼했는데 7살, 5살 예쁘고 씩씩한 아들, 딸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조카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 줬는데 그 앨범을 보고 주변에서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나도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는 직접 스튜디오를 차리게 됐다고.

“큰 돈 벌려고 시작한 일 아니에요. 그냥 남편이 액자공장 하니까 같이 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사진관에서 사진 찍으려면 비싸잖아요. 여기선 거품 없이 훨씬 저렴하게 예쁜 액자나 앨범으로 만들어 드려요.”

그래도 집에서 한다고 우습게 보일까봐 신경 많이 썼다. 한번 찾아온 손님이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 의상도 수십 벌 갖춰놓고 인테리어도 친환경으로 했다.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천정에 전등도 여러 개 설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고 소품과 아이들 의상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대략 2-3천만원 정도. 다른 창업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액이다. 올 7월에 오픈했으니 이제 겨우 3달쯤 됐는데 별다른 홍보나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제법 자리를 잡았다. 내가 있는 동안에도 고객방문과 전화문의가 이어졌다.


“제가요, 사람을 참 좋아해요.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좋고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고. 사진 안 찍어도 되니까 또 놀러 오세요.”

털털하고 인정 많아 뵈는 그녀는 굳이 사진 찍으러 안와도 된다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어떻게 가족사진 한 번 찍어볼까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은 멀리 가기도 귀찮고 가격도 만만찮아 몇 년을 벼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꼭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지 않는가.

글/김말숙, 사진/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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