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기쁨, 우리 이웃

▶우리동네 하나밖에 없는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운기 사장

생필품이면서 우리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신발가게 - 걷는 기쁨-. 상가 가운데 유독 손님이 많이 찾는 상가, 어떤 노하우가 있나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치수에 맞게 찾아 무릎 꿇어 신겨 주고, 아이에게 친절하게 말 걸어주고, 유독 긴 운동화 끈을 끌리지 않고 재치 있게 매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주인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물건이 좋아도 주인이 불친절하면 가기 싫은 것이 사람마음인데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걷는 기쁨'의 사장 정운기(41)씨. 우리동네에 문을 연지 2년째. 6학년 아들이 있고 부인도 하복대에서 9년째 신발가게를 하는데 이제 자리를 잡아 부인이 돈을 더 잘 번단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김밥이라도 얼른 드시죠.” 했더니 “장사를 오래하다 보니 이제 그런 것은 질립니다.” 한다. 한달에 1~2번 동대문에 가서 물건을 해오고 가게는 오전 10~오후 9:30까지 연다.


대학교 3학년때 자본금 300만원으로 가게를 시작한 것이 벌써 18년째, 장사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없다. “상권이 활성화 되지 않아 걱정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많이 문을 열어야 사람이 많아지고 시너지 효과가 생겨 장사가 잘 되는데 빈상가도 많고 카드 수수료에 세금, 임대료까지 비싸서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불경기와 겹쳐 빈 상가가 많은데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춰 서로 잘 되면 좋을텐데 임대료나 인건비 같은 고정비용까지 높아서 많이 위축되어 있어요.”라고 나름 대안을 내어 놓는다.


30대 후반의 한 여자 손님은 “남편이 좀 까다로운 편인데 여기서 신발을 사다 줬더니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신어 보더니 아프지도 않고 편하고 좋다고 해서 그 뒤로 다른 식구들 신발도 계속 여기서 사서 신고 있다”고. 정 사장은 “사람들이 메이커나 수제화를 많이 선호 하지만 이런 물건들도 좋은 것 많아요. 어른 운동화 하나 만드는데 보통 200~300번, 아이들 것은 400번 정도의 공정이 들어갑니다. 보통 나이 드신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본드 냄새를 맡아가며 한 달에 70~80만원을 벌기 위해 그 고생을 합니다. 손님들이 그 노고의 과정을 알면 좋겠습니다” 한다. 정 사장은 “어른들 것은 재고가 거의 없고 아이들것이 조금씩 나옵니다. 옥산의 혜능보육원으로 보내는데 연간 300켤레 정도 됩니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보은 회인이 친가인 그는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대지 2000평에 친환경 대추농사도 틈틈이 한단다. 형님 내외분이 그곳에 사는데 형님이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인이라 1주일에 이틀은 직접 가서 병원에 치료차 모시고 다닌다고. 참으로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우리의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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