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떠올리면서

봄’하면 떠오르는 단상은 땅 위로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와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으로 이어지는 꽃들의 향연,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까치, 어렸을 때 학교 가는 길에 전깃줄마다 참새와 제비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풍경, 시간이 지나도 무엇을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과거의 추억에 머물러 있습니다.
  요즘 코로라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별로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없어 아주 오랜만에 구룡산을 탐방했습니다. 구룡산에는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소쩍새, 수리부엉이, 매새매, 붉은 매새매, 잿빛 개구리매, 황조롱이 등 8종이 서식하고, 이것들은 또한 멸종 위기종이기도 하며, 기후변화 생물 지표종 중 조류에서 소쩍새 중대백로, 제비, 해오라기, 쇠물닭, 산솔새, 왜가리 등이 살고 있다고 보고되어 있지만 내가 아는 거라곤 ‘꿔엉꿔엉’ 우는 야생 꿩과 ‘꾸르꾸르’ 우는 산비둘기, ‘짹짹’ 참새, 그리고 노래한다고 말하기 힘든 ‘꺼억꺼억’ 소리치는 까만새만 보입니다.
  그래도 이런 새소리를 집주변 산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써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부지런히 걸으며 참달라진 풍경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연초에 시작되어 벌써 사월의 마지막에 와있습니다. 전염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원충, 잔균, 세균 스피로헤타, 리케차,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인간이나 동물에 침입하여 증식함으로써 일어나는 감염병 중 그 전파력이 높아 예방 및 관리가 강조되는 질병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전염병들은 역사를 바꾸어 버리기도 하고 수많은 의인들과 악인들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는 중세의 페스트부터 에볼라, 메르스, 사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까지 전세계의 모든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생명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경계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인간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라 탐욕적 본능으로 세상에 군림할 때 필연적으로 도래되는 결과로 생태적 무질서와 파괴, 인간성 훼손으로 고통과 억압이 지배하는 죽음의 현실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산업혁명을 필두로 물질과 경제발전을 제일주의로 삼는 이기적 자본주의발달로 인간이 자연과 우주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 올려 야만과 착취 신자유주의적 부조리와 계급주의적 불평등, 그로 인한 사회악이 초래한 참극이며, 지구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인류에게 자연이 주는 경고이며 사람이 편하고자 만들어낸 인공적인 것들의 역습으로 받는 자초한 재앙이라고도 합니다.


  만물은 후손과 공유해야 하는 이 세상을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오염시키는 인간의 행위에 경고하고 사람의 편의만이 아닌 자연을 보존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이성과 상식의 승리를 위해 과감히 펜을 든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카슨이 있습니다.
  1962년에 전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성을 널리 알린 《침묵의 봄》이 출간되었는데 이 책의 출발은 1958년 1월 매사추세츠에 사는 조류학자이며 보스턴 포스트의 문학 담당편집자인 친구 헤킨스의 살충제로 인한 야생 동물의 피해사례를 상세히 다룬 편지로부터입니다. DDT 살포로 인해 새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본인이 암투병중에 있었지만 몇 년간의 철저한 자료조사를 거쳐 단행본을 완성하게 됩니다. 출간된 지 60년이 된 지금에도 이 책이 많이 회자되고 읽히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거대한 자본과 편리성 무분별한 화학제품의 사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생태계와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요.
  이 책에서 제일 크게 하는 경고는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독성 화학물질을 생태계에 그대로 흘러 보내도록 허락한 정부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염소탄화수소계와 유기인산계 살충제가 식물과 동물 더 나아가 인간의 세포 활동을 변이시켜 살상제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책 출간후 의회 청문회에서 그녀는 매우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중 하나가 “다른 인간이 뿌린 독극물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증언하며 오만하게 자연을 지배하려 한 전후 과학계에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살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 책의 제목이 왜 ‘침묵의 봄’인지 말해주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마주한 현실에 아주 큰 교훈을 주는 책이기에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꼭 한번 읽어보기를 바람에서입니다. 그래도 아직 새소리가 들리는 마을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2020년 4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역사적 사건 속에서 있는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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