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준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산남계룡리슈빌)

나는 원래 WHO(세계보건기구)의 권유대로 마스크 안 쓰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하도 눈총을 줘서 예의상 KF표시도 없는 1회용 마스크를 10일 넘게 걸치고 있다. 2월말 어느 날이었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의과대학 교수인데 행정실에 갔다가 마스크를 안 하고 오시면 어떻게 하냐고 직원이 화를 내듯이 말해서 곧바로 나와서 실험실에서 쓰는 마스크를 하나 걸치고 다시 들어갔을 때부터 쓴 것이다. 어제 구입해서 세탁한 후에 말리고 있는 면마스크가 있는데 내일부터 쓰려고 한다.
  지난주엔 고등학교 단톡방에서 대구에 사는 동창이 1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불만이 많았다. 나는 마스크 못 구하면 천 마스크도 되고 손수건을 접어서 두건처럼 묶든지 목도리를 얼굴까지 둘러도 좋을 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러나 내말은 잘 먹히지가 않았고 다들 마스크를 안 쓰면 금방 죽을 것 같이 난리다.
  WHO는 감염병의 대유행이나 일선 현장의 의료인처럼 감염자와의 접촉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방호용의 의미는 적다고 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눅눅한 마스크 내부가 오히려 세균이나 곰팡이의 서식환경이 될 수도 있어서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경우는 내가 감염자일 때 내 침방울이 안날아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다른 감염자의 침방울이 나에게 날아올 때도 막아주긴 하겠지만 지금 청주는 그럴 확률이 매우 낮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지만 스스로 날아가지는 못하는데 바이리스가 묻어서 날아갈 수 있는 침방울은 크기가 커서 웬만한 면마스크로도 대부분이 걸린다. 상대방의 불안을 없애기 위한 배려라면 나처럼 잘 말린 1회용 마스크를 여러 번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1회용 마스크가 편하긴 하지만 깨끗하게 세탁해서 햇볕에 말린 면마스크나 손수건을 써도 좋다. 햇볕을 몇 분만 쏘이면 바이러스는 살아남을 수 없다. 휴일에 무심천에 갔었는데 마스크를 쓰고 걷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야외에서 주위 2미터 안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마스크를 꼭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부터 배급형 마스크 구입제도가 시행되었다. 많은 분들이 충분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편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이 1회용 마스크를 매일 1개씩 쓴다고 할 때 그런 수요량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마스크는 감염자가 쓸 때 가장 효과가 크고 의료진처럼 확률적으로 감염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현저하게 많은 경우에 방호의 의미가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그동안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시간을 잘 벌었고 질병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이제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다. 큰 불(대유행)은 잡았고 잔불을 잘 막으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노령층에서는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고, 각자 개인위생만 주의하면서 감염자 카운트에 관심을 줄이고 일상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도록 공포분위기를 가라앉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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