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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나를 위한 '진리의 길'
박기춘(산남동 현진에버빌)  |  strawmat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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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호]
승인 2019.09.06  1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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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미터 정도 폭으로 몇백미터 길이로 자리 잡고 있는 산책길인 ' 진리의 길'은 현진에버빌아 파트에서 나선후 오래 걸리지 않아 만날수 있다. 나는 매주 주말이면 강아지를 안고 현진에버빌아파트 104동에서 나와 차가 다니는 아파트 내부 길을 건너서 강아지를 땅에 놓는다. 이 자리에 놓아진 강아지는 '진리의 길'로 알아서 간다. 내가이 자리에 놓는 것이 '진리의 길'로 가라는 신호로 알아듣는 것이다. 신이 난 강아지는 엉덩이를 실룩이며 빠른 걸음으로 가다가, 101동과 102동 사이의 통로까지 바로 가지 않고, 아파트 정원에 있는 맥문동이라는 약초의 냄새를 맡고 이름 모르는 옆의 풀 냄새 까지 맡은 다음에야 우편함이 있는 1층 통로 를 지나간다.
통로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동아 102동 앞의 아파트 내부 길로 접어들어 작은 정원 수에 코를 들이대기를 몇 번 반복하다보면 아파트 내부 길이 끝나고 아파트를 나서는 문이 없는 문 기둥을 만난다. 강이지는 보통 여기서 자기 구역 표시를 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5분이면 오지만 좁고 그늘진 길이라서 조금은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길 끝에서 왼쪽으로 돌면 만나게 되는 '진리의 길'은 다르다.

'진리의 길'은 산남동에서는 가장 넓고 긴산책길이다. 넓어서 사람들이 꽤 많아도 붐빈다는 느낌을 준적은 없다. 또 부영아파트가 전망을 가로 막는 데까지 수백 미터가 직선이기에 탁 트여서 사람도 자전거도 마음껏 달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 같은 8월 중순에 이 길을 따라 바람이 부는 것은 산남동에서는 이 길에서만 가능하 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차량의 진입은 당연히 허용하지 않고(목요장터가 서는 목요일은 예외), 양쪽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아파트와 높이 경쟁을 하고 있어서 여름날에도 아파트 단지 속에 넉넉한 그늘을 만든다.
이 길로 접어들었을 때, 원래 눈보다 코가 발달한 강아지가 길 끝을 바라보면서 음~시 원한데 하고 말하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강아지에게 이것을 기대했었다. 눈이 아니라 코로 산책하는 강아지는 탁트인 길의 시원함보다는 냄새가 우선이다. 이길을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계룡리슈빌 아파 트의 입구 앞에서 강아지는 갈등을 하며 내 눈치를 본다. 자기는 계룡아파트 안에 들어가서 진리의 길과 평행선으로 있는 내부 길을 따라 가고 싶은데, 나는 탁 트인 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늘 내가 이긴다. 억지로 끌고 가지는 않지만 강아지에게 "아니 이쪽으로 갈거야"라고 말하면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흔쾌히 돌린다.
이 길은 넓다보니 강아지는 직선으로 걷지 않고 가로·세로로 왔다 갔다 하며 코를 킁킁 거리면서 앞으로 걷는다. 이웃집에서 산책 나온 강아지, 엄마·아빠와 어딘가를 가고 있는 어린이, 유모차나 엄마·아빠 등에 업혀서 나온 아이, 길고양이, 비둘기들은 우리 강아지가 이 길에서 만나는 반가운 친구 들이다. 고양이와 비둘기를 보면 반갑다고 달려가서는 쪼아버리고, 어린이와 아이에게는 반갑다고 킁킁거린다. 이 길 위의 벤치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곳이다. 우리집 강아지는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길에 있는 벤치에 내가 앉으면, 옆에 앉혀 달라고 폴짝 거린다.(강아지는 작아서 직접 뛰어 오르 지는 못한다) 앉아서 옆에 두면 강아지도 나처럼 오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엎드려서 편안한 자세로 쉬기도 한다. 우리 강아지가 감사의 글을 쓴다면, 주인 다음으로 '진리의 길 '에 대해서 쓰지 않을까?

코로 산책하는 강아지와 달리, 나는 이 길을 만나면 눈과 피부로 산책을 시작한다. 우선 시야에 들어오는 길고 넓은 트임이 아파트 단지 속에서는 맛볼 수 없는 눈으로 즐기는 시원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오늘 같이 더운 날, 아파트 내부에서는 덥다고 느껴진 오전 11에도 이 길 위에서는 더위를 느끼지 못한다.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시원한 청량감을 길 입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메타세쿼 이아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 탁 트인 직선 길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아침에 나오길 잘했어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음 나오길 잘했어. "이 즐거움은 나를 이끌고 나온 강아지 덕분인가, 이 길을 만들어준 자연과 사람 덕분인가"라는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강아지와의 1시간 산책을 '진리의 길'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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