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에 출간된 이 책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고등학생의 학생부 관리를 위해 로스쿨 교수의 주도로 이루어진 독서모임의 주제가 되면서 다시금 유명세를 탔다. 나는 위 드라마 이전에 이 책을 옆에 두고도 책장을 덮어 놓은 지 몇 달 째였다. 그러던 차에 매월 진행되는 충북변호사회 독서 모임에 내가 4월 주재자가 되면서 이참에 이 책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에‘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이기적 유전 자’라는 것이 ‘우월한 유전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이기적’이라는 의미는 소멸하지 않고 자연선택의 결과로 살아남는‘불멸 의’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즉 이 책은 수 십 억 년 동안 진화하여 소멸하지 않고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 인간, 침팬지, 곰팡이 라는 개체는 그 개체를 구성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에 의하여 끊임없이 살아남은 결과 구현된 것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유전자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단지 개체를 이루는 단위에 불과하며 개체가 되어야만 비로소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인격을 갖춘 존재가 된다는 입장에서는 개체를 이루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추어 어쩌면 거꾸로 개체를 해석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생물학 등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였던, 어쩌면 불편할지도 모르는 생물에 대한 상당한 정보들이 이미 제공되어 있다. 인간들끼리는 서로 99퍼센트 이상, 인간과 쥐는 90퍼센트 이상, 인간과 물고기는 75 퍼센트 정도가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동일하다. 저자는 인간의 A형 유전자는 인간의 B형 유전자보다 침팬지의 A형 유전자에 더 가깝다고 말하며 성을 결정하는 인간의 유전 자는 인간의 다른 유전자보다 캥거루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혈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아이가 우리를 닮는 이유를 미시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해진 시대에 눈과 귀의 특징을 야기하는 유전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게 해석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유전자는 화학적 결합이 용이한 특정한 물질들의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나열이며 자신을 복제하여 그 복제물을 전파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왜 그러한 유전자가 생겼는지에 대한 답은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 과학에서 최소한 복제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듯하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세포만 떼어도 그 안에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정보가 담겨져 있어서 실제 그세포를 이용해 나와 동일한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은 우리는 잊고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몸의 처음 시작은 태초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담긴 단세포에서 시작하여 똑같은 복제를 수없이 반복하여 수 십 조 개의 세포들로 그 양만 늘렸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논리적 결과 인지도 모른다.
출간 당시 독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야기하였을 법한 ‘우리는 생존 기계다. 즉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우리에게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여전히 뜨거운 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점점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그논쟁이 줄어들 여지는 다분해보인다. 문득 꽉 찬 듯한 내몸을 이루는 수 조개를 훨씬 넘는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작 원자를 잠실 야구장의 크기로 환산하면 핵은 모래알 크기 정도여서 원자 자체는 공허한 부분 투성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1900년 초기 과학자의 실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글은 <충청북도 변호사회보> 제10호(2019년 6월 26일 발행)에도 실렸습니다.

 

▲ 이성구 변호사(온리 법률사무소, 사회적협동조합 두꺼비마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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