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자 위인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으 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 단연 유관순을 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5만원권 지폐가 처음 만들어질 때 지폐의 주인 공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폐의 주인공으로 선정이 안 된 이유가 유관순 열사의 사진이 옥중에서의 고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라 그랬다는 가슴 아픈 이유가 있더라구요. 또 한편 일본과의 갈등이 국가간 문제로 번질까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관순은 교과서에도 꼭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 중 한 분입 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관순 열사를 다룬 영화를 지금까지 만나보기가 어려웠죠. 왜일까요? 그 어린 소녀에게 가해진 고문과 만행이 너무 끔찍했고, 글로 읽는 것조차도 힘든 일들을 생동감 있는 영화로 마주하기는 더더욱 불편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3·1운동 100 주년만인 올해 영화로 제작되었고 흑백영화라 조금은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누군가 교도소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교도소에 들어서는 순간 닭똥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 냄새가 훅 끼쳐올 때 느껴지는 불안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로 왔구나하는 정신적인 혼란, 이 영화가 그랬습니다. 엄청난 고문장면과 피가 낭자하는 것이 아닌데도 이 세상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종류의 불안 함과 고문을 16세 소녀가 당했구나 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랬습니다.
일제강점기 유관순과 우리 민족에게 가했던 말로 담지 못할 고문과 유린을 역사는 알고 있습니다. 몇 마디 사과와 몇 푼 보상으로 절대 없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독일은 빌리브 란트 총리가 나치학살현장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는 등 꾸준히 전범국가로서의 반성과 사죄를 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와 달리 자위대가 아닌 군대를 갖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매년 전범을 모아놓은 신사참배를 자랑스럽게 하고 있지요.
뿐만 아니라 작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은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 이라고 하였습니다. 한발 나아가 최근 반도체에 대한 보이 콧을 선언합니다.
2019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비폭력 평화주의의 새로운 항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을 비롯해 독도 지키기, 역사바로알기 등의 문화 운동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지금의 항거를 보며 유관순 열사가 비로소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역사를 부정하고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유린을 가한 일본에 대한 당신의 ‘항거’는 무엇입니까?
/ 박선주 마을선생님(산남대원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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