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1절 부터 4절까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사랑 ‘애’/ 국가 ‘국’/ 노래 ‘가’// 나라 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그런데왜 나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안 생기지?”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
애국가를 부르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시는지? 물론 올림픽에서 어려운 금메달을 따는 등 우리의 감성을 한껏 자극할 수 있는 사건이 있는 때에 애국가를 부른다면 순간적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특별한 사건 때문이지 애국가 자체의 영향력은 아닐 것이다.

위 시 ‘애국가는 어렵다’는 10여년 전 전남 곡성중앙초등 학교 1학년(최원호)이 쓴 것이다. 시를 처음 읽는 순간 깜짝 놀랐다. 참 솔직하다. 아이도 저렇게 훌륭하게 시를 쓸수 있구나. 솔직하면 이렇게 멋진 시가 나올 수 있구나.
이런 생각들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우리에게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아주 많다. 애국가는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미워해서는 안되고 언제나 존경해야 한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관련하여 정부가 하는 일은 비판해서는 안 된다 등등.
애국가 가사가 너무 마음에 안 들고, 부모님과 선생님 잘못이 많아 미워 죽겠고, 천안함 침몰이 북침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그대로 믿기 어려운데, 이런 생각이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고 표현도 못하게 하니,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렇게 살아선 안되고, 가능한 한 자기표현을 자연스럽게 다 할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민주주의다.

위 시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에서 2011년 12월 펴낸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에 실렸다. 2004년 곡성군농 민회 죽곡면지회 회원들이 시작하고 주민들이 가세하여 2,500권의 책을 모아 ‘농민문고’를 만들고, 이어서 2006 년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지원받은 돈 등으로 ‘도서관’으로 발전시켰다. 여기서 농민인문 학강좌를 갖고 초청 강연, 공연 등 문화활동을 하고, 시를 쓰는 운동에까지 나아갔다. 이런 토대 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 아이까지, 이장님, 면사무소 직원들도 참여하여 시집이 탄생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위에서 본 아이의 시와 흐름이 같다. 그 흐름의 본질은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 러우니 시 하나 하나가 다 감동을 준다. 대충 넘기다 한 편적어본다.

“올해 논에다 콩 심었더니/ 거름이 너무 많아 키가 커서/ 베어줄까 걱정을 했는데/ 마침 노루가 들러 적당히 끊어 먹어서/ 올해 콩 농사는 풍년 들겠네” (‘밭농사’, 정계순 / 70세. 농사)

시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억지스럽지 않다. 글쓰기의 훌륭한 선생님이신 이오덕 님의 말씀처럼, 모든 글은, 심지어는 논문까지도 자신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와야 설득력이 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잘보이기 위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이나 영어투로 쓴 글은 감동을 줄 수 없다.
자기 자신이 그대로 드러난 글이라야만 한다.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자연스러움만 있다면 누구나 좋은 글을쓸 수 있다. 글쓰기의 비법은 ‘자연스러움’에 있는 것이다. 어디 글쓰기뿐이랴. 삶의 비법도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시집 “소 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는 글쓰기의 아주 좋은 본보기다. 마을공동체가 만들어낸 산물이니 의미가 더 깊다.

도시공동체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산남 두꺼비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쏟아낸 글들로 책 한권 내면 좋겠다. 제목을 “두꺼비 너를 지켜온 지몇 해이던고”로 하면 어떨까?

▲ 오원근(사회적협동조합 두꺼비마을 이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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