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십년 전 산남3지구에 이사오면서 제일로 좋았던 것은 구룡산입니다. 아침 일찍 남편과 등산로를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산책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주로 둘레길을 애용하지만 숲이 주는 맑은 공기는 어느 길이나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는 읽는 내내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여러분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2019 청주시 책 읽는 청주’ 선포식에서 성인도서로 선정된 책이기도 합니다. 퀴즈 하나 내 볼까요? 아래 열거하는 건물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 건물 두 곳을 맞춰보세요.

담장을 넘으면 큰일 난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식판에 똑같은 밥을 먹는다.
4~5층의 네모난 건물들 여러 개와 하나의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답은 ‘학교’와 ‘교도소’랍니다. 감시와 통제가 용이한 건물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학교에서 12년을 자란 우리아이들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교육의 선진국 덴마크나 호주 등의 나라처럼 자연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지. 게다가 우리 국민의 60%는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살기에 공공의 자연이 더욱 더 절실한 상황이지요.

퀴즈 하나 더!
글로벌 기업 애플, 구글, 디즈니, 아마존, 휴렛팩커드의 공통점은?


‘아버지의 차고에서 시작한 기업’이랍니다. 차고는 주차 공간이자 창고지만 차를 밖에 세우고 물건을 치우면 사무실 겸 공장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3미터 이상의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오고 기능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준답니다. 그런 면에서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이 없는 빈공간이며 다목적 공간입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 ‘생각 이라는 빵’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랍니다.
  우리의 현실 상황인 집, 학교, 직장처럼 획일화되고 보편적인 삶의 공간은 어떤 천재들에게는 창의성을 죽일 수도 있답니다.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주거공간과 삶의 형태가 필요하답니다.
  소제목만 읽어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가벼운 토론을 해도 좋을 듯합니다.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우리 도시가 더 좋아지려면 등등전 막내아들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며 진작 단독으로 이사 갈 껄 그랬나 했더니 본인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그래도 우리는 가까운 시골에 외가가 있어 밤나무 산도 오르고 삼백포기 김장도 해보고 잔디밭에서 수시로 바베큐도 하지 않느냐구.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더군요.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궁금하시죠? 꼭 읽어보세요. 정말 행복한 책읽기가 될 것입니다.

▲ 황경옥(산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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