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그 익숙한 단어
  이제 ‘공원’이란 용어는 그리 낯설지 않은, 오히려 친숙한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원이란 용어가 등장하고 우리와 친숙해진 것은 사실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다. 공원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필자의 예를 보더라도, 어릴 적 노닐던 곳은 마을 공터, 골목길 또는 뒷산 정도였다. 그곳은 분명 공원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선진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공원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공간이 아닌, 일상적 삶의 장소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도시에 살고 있는 필자 또한 아이가 거의 유일하게 맘 편히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이용한다. 그만큼 공원은 산업화의 편리함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위협과 문제로부터 안전해 질 수 있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 뉴욕 맨하탄에 위치하고 있는 센트럴파크(Cetntral park).옴스테드가 센트럴파크를 제안한 이유는 근대 산업 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열악한 거주환경, 환경오염, 위생, 여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하였다는 점이다. 도심 속의 녹색오아시스로서, 근대 도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맨하탄 센트럴파크 전경, 출처: www.commons.wikimedia.org

급격한 산업화 시기, 옴스테드 센트럴파크(중앙공원)를 디자인하다.
 공원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고 있는 도시공원(Urban park)을 이해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한 수 있는 곳은 뉴욕 맨하탄에 위치하고 있는 센트럴파크(Cetntral park)이다. 아마 미국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심심찮게 보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를 쏴라’, ‘파퍼씨네 펭귄들’, ‘업타운 걸’, ‘어거스트 러쉬’, ‘바닐라스카이’, ‘세렌디피티‘, ‘패닉룸’ 등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이며 소재로 사용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각 도시마다 있는 ‘중앙공원’이 바로 센트럴파크에서 영향을 받은 용어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청주의 성안길 중심에는 ‘중앙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최근 인천광역시는 보다 직접적으로 송도의 대형공원을 ‘센트럴파크’로 명명하였고, 서울 연남동 인근의 폐선부지는 ‘연트럴파크’로 이름을 지었다. 즉 도시의 휴식처로서 센트럴파크의 상징적 이미지를 이용하며 소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옴스테드가 센트럴파크를 제안한 이유는 근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열악한 거주환경, 환경오염, 위생, 여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안하였다는 점이다. 도심 속의 녹색오아시스로서, 근대 도시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도시를 이어주는 근대적 그린인프라, 에메랄드 네클리스 
  앞서 옴스테드의 센트럴파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현대도시 공원(중앙공원 등)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보스턴에 위치한 에메랄드 네클리스(Emerald Necklace)에 대한 것이다. 앞서 센트럴파크가 도시 중심의 대형 공원으로 조성한 사례였다면, 에메랄드 네클리스는 개별적으로 조성되거나 되어야할 공간(에메랄드)을 목걸이처럼 이어주는 공원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2000년대 들어서며, 전 세계의 주요도시들은 녹지네트워크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보스톤 시는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며, 빅딕(Big dig)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기존 에메랄드 네크리스 계획에서 연결되지 않았던 녹지를 새롭게 연결하기 위한 실천 플랜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옴스테드의 또 다른 유산을 가진 시애틀 시 또한 지난 100년간 연결한 녹지네트워크에 이어, 새로운 100년을 위한 블루링(Blue ring)을 확대하여 실천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아이들이 안전하게 녹지를 따라 학교에 갈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연결된 녹지를 따라 출퇴근하고, 다양한 동식물과 곤충들 삶의 환경이 연결되고, 시민들 모두 15분 안에 도시의 녹지에 닿을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새로운 치유와 복지 공간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공원녹지기본계획 그리고 녹지축, 그린웨이 체계 에서 앞서 설명에 대한 기본 요소는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다만, 여러 세부적인 측면에서의 구체성 계획과 실효성에 있어서는 극복해야할 한계일 것이다.


청주시 미집행공원 논의를 바라보며

  최근 청주시 도시공원 미집행공원 논의를 바라보며, 청주시 녹지체계를 급히 살펴볼 일이 있었다(아직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부 미집행공원들은 청주시 그린인프라를 구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장소에 대해서 일부 시민활동가들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위치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지리적 특성상 너무나 당연한 논의이자 증거인지 모른다. 다만 미집행공원의 근본적 문제해결은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 차원에서는 차선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 민간 공원을 대안적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현재 청주시의 전개 상황을 보면 녹록치가 않다. 공원의 양적 확보는 가능하였지만, 경관 문제, 아파트 물량 관리 문제 등이 새롭게 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장기적으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좀 더 넓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본 필자는 조경가이며, 세부적으로 문화경관을 연구한다. 예를 들어, 서울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예전에는 ‘남산타워’ 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광화문거리나 시청 앞’을 떠올리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즉, 경관은 도시의 (문화적)이미지이자, 도시의 정체성을 말한다. 그리고 영리한 도시와 정치인들은 그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브랜드화 한다. 대표적으로 이미지화에 성공한 곳이 싱가포르, 맨하탄, 순천시 등이 있다. 그렇다면 청주시는 어떠할까? 과거에는 교육의 도시로 이름을 알렸고, 가로 수가 아름다운 도시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도시로 알려지고 있지 않을까?
  도시라는 특성상 경제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이상의 도시 이미지의 구축과 최소 100년을 고려한 녹지 계획 및 실천이 요구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있는 싱가포르는 ‘정원처럼 아름답고 경제적으로 번성한 도시’의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서, 마리나베이샌즈라는 호텔과 카지노뿐만 아니라, 도심 속의 정원인 가든스바이더베이와 보태닉가든, 그리고 도시를 이어주는 파크커넥터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하였다. 즉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단순히 공원을 양적으로 확보하거나, 공동주택만을 건설하지 않았다. 이제 청주시 또한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미집행공원으로 돌아와서, 최근 청주시 미집행공원 논의를 보면 청주시가 그만큼 성숙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숙한 시민운동가들의 열정적 노력, 그리고 많은 공무원들의 노고와 정책결정자인 시장의 열린 태도는 다양한 논쟁은 있지만, 그 자체로서 인정받아 마땅하고 감사할 일이다. 특히 여러 공무원, 시민활동가, 정치인, 전문가 등의 관계자들과 만나보면, 모두다 청주시와 시민들을 위해 공원녹지를 최대한 확보해야겠다는 기본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과정과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가 있음은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좀더 큰 호흡이 필요할 것이다.

"청주시가 100만 인구를 바란다면, 적어도 세종시 보다 안락하고 즐거운 삶의 환경을 조성해야만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청주시 또한 앞서 보스톤이나 시애틀처럼 좀 더 넓은 호흡으로 최소 100년을 바라본 그린인프라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기존 공원녹지정책을 보다 구체화한) 그리고 그 일부에는 장기 미집행 공원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한번 개발된 대지를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후 수 십 배가 넘는 예산(세금)이 필요하다.
  당장 많은 지출이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는 가장 저렴한 대안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린 인프라' 계획은 앞서의 맨하탄 센트럴파크 사례처럼,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사회복지의 대안이기도 하다.
  청주시가 100만 인구를 바란다면, 적어도 세종시보다 안락하고 즐거운 삶의 환경을 조성해야만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도시 간의 경쟁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청주시의 도시정체성과 브랜드 확립이 필요하다. 주변 도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민의 삶의 환경을 위한 그린인프라 계획이 필요하며, 이는 당연한 기본 전제이며 동시에 차별화 전략일 것이다.
  도시공원 미집행공원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일부 중요한 입지의 공원은 개발이 아닌 온전히 보전해야 함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미래, 나의 아이들이 성장하여 청주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과연 어떤 곳(이미지)이면 좋을까? ‘공장이 많아 경제적으로 윤택한 도시?’, ‘정원처럼 안락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윤택한 도시?’


한 가지 더 : 무심천 블루웨이를 기대하며
  사람들에게 청주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하면, 많은 분들은 무심천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필자가 청주에 내려와서 놀란 부분은 무심천 주변을 사람과 자연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여전히 차량들 중심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경제성장기 발전의 이미지(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그래서 서울 한강 주변의 도로는 지표면보다 높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주변 대체 도로가 충분하고 교통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100년 바라본 오픈스페이스 정책에서 무심천은 분명 중요한 연결축이 될 것이다.
  사실 청주시 내 녹지축은 이미 도시개발이 많이 진행되어 향후 확보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여 여러 측면의 한계가 있다. 반면 하천축은 도시의 중심을 위치하여 향후 도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율량천, 영운천, 월운천 등과 연계되어 청주를 보다 안락한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블루링 기본 계획도.지속가능한 시애틀 시의 새로운 100년 오픈스페이스 정책.시애틀 시 또한 지난 100년간 연결한 녹지네트워크에 이어, 새로운 100년을 위한 블루링(Blue ring)을 확대하여 실천하고 있다.

사진과 이미지 제공 및 설명은 박재민 교수

▲ 박재민 교수(청주대학교 조경도시계획전공)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