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회(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최근에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활동했던 김모 수사관이 제기한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정부, 여당, 청와대측에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하여 비판의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그중에서 압권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문재인 정부 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대변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결백을 함축적이고 강력하게 대변하기 위한 수사라고 선해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현 집권세력의 ‘오만’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말로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김대변인은 필자와 대학동기동창으로 언론계에 있을 때에 정의를 향한 심층적인 취재와 촌철살인의 글로 인정을 받던 친구였고, 그가 갑자기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되었을 때에도 동창들이 그를 축하하고 그의 성공을 기원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그가 한 이 논평은 더욱 곱씹어 보게 된다.
 우리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는 매우 중요하다. 의료계에서도 암발병 환자의 암유발요인중 가족력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본인이 지니다가 후손에게 물려줄 DNA는 본인이 물려받은 것과 같을 수는 없다. 부모의 비만 DNA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서 평생 뚱뚱하게 살아야 한다고 할 수 없듯이, 날씬한 부모의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함부로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다 보면 정작 본인은 자녀에게 비만 DNA를 물려줄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근,현대 역사를 보더라도 정권을 잡아 국정을 이끈 집권세력들이 처음부터 부정을 저지르고, 부패하거나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마음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나름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정도를 걸으려는 초심이 있었을 것인데 막강한 권력이 손에 쥐어지고 이를 견제, 감시할 제어장치가 느슨하다고 느끼는 순간, 초심을 잃고 권력에 도취되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결국 일탈에 이른 것이 아닐까. 이에 영국의 액튼경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고 까지 경고하지 않았던가.
 현 집권세력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거친 국민들이 선택한 정부이며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요구수준은 지난 정권에 비하여 훨씬 높으며. 현정부의 참여자들도 본인들이 도덕적으로 과거 정부 사람들보다 월등히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배경에서 위 김대변인의 논평도 나온 것같다. 그러나 설령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사상이나 세계관, 이념적 좌우를 떠나 과거 현재의 집권자들 모두 근본적으로 같은 인간이고, 인간은 누구나 유혹에 직면하거나 권력에 도취할 수 있으며, 언제 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밖에서 남을 비판 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 본인이 직접 책임을 맡아 일을 해보면 과거에 내가 날카롭게 던진 비수가 그대로 나에게 날아와 꽂힐 수도 있음을 알고 스스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황금돼지해 2019년 새해에는 ‘나는 언제나 옳고 너는 그르다’는 ‘내로남불’식 주장이 사라지고 그자리에 스스로의 허물과 일탈을 경계하며 ‘타산지석’ ‘역지사지’하는 겸허함이 들어서기를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