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하고 두 명의 아들 B, C를 키우며 살았는데, 형인 B의 운전부주의로 차량이 전복되면서 그 차 량에 타고 있었던 B, C가 모두 사망하였다. 위 차량은 자동 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B, C는 모두 미혼이었기에 어머 니인 A가 B, C의 유일한 상속인인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 어머니인 A가 C의 사망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함에 있어 위 사고가 A의 피상속인인 B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지는 않을까? 민법 제570조는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 에는 채권은 소멸한다. 그러나 그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 적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 고 위 사안에 있어 사고의 발생과 동시에 B는 C에 대하여 불 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지게 되고, C는 그에 상응하 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B와 C가 모두 사망 함으로 인하여 그들의 유일한 상속인 A는 B의 채무와 C의 채권을 동시에 상속하게 되는바, 이처럼 채권과 채무가 동 일인에게 귀속하는 사실을 가리켜 혼동이라고 한다. 유사한 사안에서 판례는 ‘민법 제507조가 혼동을 채권의 소멸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 에 귀속한 때에 채권과 채무의 존속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적극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러한 경우에 채권과 채 무의 존속을 인정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 문에 채권ㆍ채무의 소멸을 인정함으로써 그 후의 권리의무 관계를 간소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므 로,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하게 되더라도 그 채 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그 채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하고 그대로 존속한다 고 봄이 상당함에 비추어,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 되는 경우라도 그 채권의 존재가 채권자 겸 채무자로 된 사 람의 제3자에 대한 권리행사의 전제가 되는 관계로 채권의 존속을 인정하여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을 때에는 그 채권 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자동차 운행 중 교통사고가 일어나 자동차의 운행자나 동승 한 그의 친족이 사망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채권과 채무가 상속으로 동일인에게 귀속하 게 되는 때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의 운행자가 자동차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였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 속인이 되는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존한 교통사 고 피해자나 사망자의 상속인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보험의 혜택을 부여하여 이들을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는 점은 다른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고, 다른 한편 원래 자동차 손해 배상 책임보험의 보험자는 상속에 의한 채권. 채무의 혼동 그 자체와는 무관한 제3자일 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보상의 무에 대한 대가인 보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여서 교통사고 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에 의한 혼동이 생긴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자기의 보상책임을 면할 만한 합리적 인 이유가 없으므로, 자동차 책임보험의 약관에 의하여 피 해자가 보험회사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지급청구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 권의 전제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피 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에 의한 혼동 에 의하여 소멸되지 아니한다고(대법원 1995. 5. 12 선고 93 다48373 판결) 판시하였다. 즉, 위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 채권과 채무를 모 두 상속받았다고 하더라도, 혼동으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 단한 것이다. 따라서 A는 보험회사를 상대 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안재영(법률사무소 유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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