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근 작가와의 만남

지난 10월 12일 산남푸르지오 작은도서관에서 『내일을 비추는 거울』의 저자 김덕근 선생님을 모시고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내가 17살 때, 친구는 들고 다니면 폼 난다면서 범우사에서 출간한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사서 선물로 주었다. 『내일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책을 받아든 순간 고등학교 때 진한 바다색의 하얀 테두리를 한 무소유책이랑 사이즈가 같다는 추억을 소환했다.
‘모든 역사는 내 주위부터 시작해서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라고 작가님은 이야기한다. 나도 책을 볼 때 내 주위의 유물들부터 보았다. 청주사람이라면 성안길 안에 있는 우체국 앞에서 공중전화로 친구와 전화를 하면 열에 여덟은 철당간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내가네를 벗어나서 시내를 나갔을 때부터 철당간은 그 자리에 있었다. 아니 우리 엄마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철당간은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불자이기도 하고 공부하는 분들과 1년에 대여섯번은 유적답사를 다녀서 다른 곳의 철당간들을 봤다. 크기와 남아있는 세트로 봐서도 당연히 국보이다. 만남에 참여했던 분이 왜 청주 철당간은 국보냐는 질문을 했다. 작가님은 커피잔에 비유하시면서 딱 한 세트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하고 또 기록이 남아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심사의 후불탱이 궁금했다. 안심사에 후불탱 국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봤지만 영산전에 보관함만 보고 왔을 뿐 보지 못했다. 특별히 후불탱 사진을 자료로 보여 주십사하고 부탁했다. 사진으로는 진품을 직접 관람하는 그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진품을 친견할 날을 기대해본다.
우리가 자주 가는 속리산 법주사는 한 사찰 안에 국보가 많다. 유적과 유물을 관람할 때 기본지식을 알고 관람하면 훨씬 풍성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게 된다. 쌍사자석등의 조형과 아름다움에 대해 작가는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그런데 각자의 해석의 몫이기 때문에 나는 쌍사자 석등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백수의 왕인 사자가 불법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의 견뎌야 하는 무게를 몇백 년 아니 몇천 년을 견디고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더욱 기품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팔상전을 보면 우리나라 역사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탑이 정말 많다. 목탑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목탑이 대부분이 전란에 없어졌을 것이다. 속리산 법주사에 남아있는 팔상전이 그래서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세월을 이긴 힘이 느껴진다.
『내일을 비추는 거울』에서 꼼꼼히 읽어본 부분은 청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불비상에 대한 이야기다. 불비상은 낯선 말이지만 비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머리로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형태를 갖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불비상, 철당간, 쌍사자 석등, 팔상전 등 충북에 남아있는 국보들을 시인의 감성으로 쓴 책을 읽고 현장에 가보는 일, 가을에 해 볼만한 일이다.
작가님은 『내일을 비추는 거울』을 충북의 국보로 표현했다. 우리에게 ‘내일을 비추는 거울’을 하나씩 갖기를 바란다는 맺음말로 이날 귀한 시간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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