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정이 흐르는 ‘메밀전문점- 양촌모밀’

 

▲ ‘양촌모밀’ 정찬표-김경인 사장님

 메밀전이나 막국수, 메밀소바 등을 먹을 때면 자연스레 학창시절 읽었던 ‘메밀꽃 필무렵’이 떠오른다. 소설 속에는 메밀과 관련한 어떠한 음식 이야기도 없지만 제목 때문인지 항상 연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대목은 소설 속에서 메밀밭을 묘사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주 멋진 구절이다. 오늘 이처럼 하얀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꽃을 바라보며 시원한 메밀소바 한접시를 먹고 왔다.
 동네를 벗어나 남청주IC(구 청원IC)로 가다보면 마리앙스웨딩컨벤션 조금 지나 좌측에 남이면 양촌1리가 보이는데, 그길로 들어 서면 단층 건물 하나가 보인다. ‘양촌모밀’ 식당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때라 손님이 많이 빠져서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지난 번 왔을 때 손님이 많아 한참을 기다려 메밀을 먹었던 터라 뜻밖이었다. 아내와 나는 커다란 창 옆 입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창밖으로 자그마한 메밀밭과 정겨운 장독대가 있었고 그 너머로는 넓은 들판과 산자락이 보였다.
 주문한 메밀소바 보통과 곱빼기가 나왔다. 곱빼기는 동그랗게 말아놓은 메밀면이 한 덩이 더 있었다. 특이하게 이 식당은 만두가 곁들이 음식으로 함께 나온다. 작은 고기만두 2개가 나오는데 만두피에 역시 메밀이 들어 갔다. 시원한 소바 국물에 간 무와 파, 그리고 겨자를 넣어 잘 섞고 여기에 면을 적셔 한입 먹으니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메밀소바, 눈앞에 펼쳐진 푸르른 정경. 입과 눈이 더위와 피로를 물리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부창부수 : 정성을 내어 놓는 아내, 13년 넘게 사찰과 요양원에서 식사 봉사를 해온 남편

 음식의 맛과 식당의 인상은 사장님을 만난후 더욱 각인되었다. 식당에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홀 끝에 놓여 있는 스피커가 눈길을 끌었는데 계속해서 잔잔한 올드팝이 흘러나 왔다. ‘사장님의 취향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주방에서 나온 사장님이 그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사장님은 늦게 아이를 얻은 터라 출산 후 13년간 육아에 전념했고 식당을 운영하게 된 지는 2년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력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니 활짝 웃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했다. 그 얼굴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남편 또한 범상한 분은 아니었는데 13년 넘게 식사 봉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사찰과 요양원 등에서 정성껏 메밀소바를 삶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식재료비는 모두 사비로 충당한다. 건축업을 하고 있는 남편은 본업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 사진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홀에 있는 스피커는 그런 남편이 가게를 오픈하자마자 설치해 놓은 것이란다. 수익보다는 한 그릇을 팔더라도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찾는 아내와, 나 하나만이 아닌 남과 함께 잘 살고 자 긴 세월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남편. 두사람은 참 잘 만난 멋진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허생원은 고개를 넘느라 등을 한바탕 씻어 내릴 정도의 땀을 흘린다. 그 땀이 식기 전에 그가 아들일 거라 여기는 동이와 함께 이곳 ‘양촌 모밀’에서 시원한 메밀소바 한 그릇을 나눠 먹는 장면을 상상해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 진다.

▲ 식당 안 분위기를 좋게 하는 음악 스피커
▲ ‘양촌모밀’의 메밀 곱빼기 세트
▲ 식당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하얀 꽃이 메밀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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