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칼럼

"아직 거기 살지?" "아뇨, 이사했습니다. 산남동으로."

"언제?" "꽤 됐네요. 2년이 넘었으니."

"야~ 부러운데." "네?"

"동네 좋잖아!" "아. 네에~"

아는 사람 우연히 만나 말을 섞다 동네 이야기가 나오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반응이다.

제 사는 곳 좋다는 데야 싫어할 사람 있을까마는 요즘은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안팎에서 산남동을 청주의 '강남 8학군'쯤으로 일컫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다.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종의 선민의식이 깔려있을 테고, 밖에서 보는 시각이라면 가시 돋친 조롱일 테니 말이다.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가 아파트 천지로 변해간다는 내용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한 주간지를 읽다 쓴웃음 나오는 대목을 만났다.

영화 '해운대'를 개봉하기 전 쓰나미에 아파트가 쓸려나가는 장면이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한 고급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넣었고, 결국 영화에서 아파트 모양이 바뀌고 브랜드가 지워졌단다.

생각이 서울 도곡동의 최고급 아파트로 가지를 쳤다.

수년 전 교육당국이 이 아파트의 초등학교 학구를 조정하려다 주민 반발에 백기를 든 사건이 있었다.

반발하는 주민들은 학교 거리 등을 문제 삼았지만, 자신들만의 성을 공고히 쌓으려는 속내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혼 직후 부모님께 얹혀살 때, 첫 놈을 낳고 집을 장만해 분가했을 때, 이사 전 살았던 동네마다 아줌마들 수다에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었다.

'무슨무슨 아파트 엄마들이 학구 조정을 바란다'거나 '어떤 아파트 엄마들끼리 따로 자모회를 한다더라', 혹은 '그 아파트는 형편없이 지어졌는데 부녀회가 똘똘 뭉쳐 집값 하락을 막는다더라'는 따위의 소문이다.

살기 좋고 나쁜 동네 이미지는 생태공원이나 잘 닦인 등산로, 호화 마감재가 결정짓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이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아줌마들의 수다는 그저 풍문이길 바라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

청주는 더불어 살아갈 동반자로 두꺼비를 선택해 산남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위대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까.

김종현 CBS 기독교방송 기자  (산남 부영으로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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