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과 동고동락한 강준규(85) 선생님

등산은 누구에게는 취미가 될 수도, 생업이 될 수도, 때로는 자신의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한 최후의 도전이 되기도 한다. 대자연의 모든 것을 품안에 안고 있는 산. 그런데 오직 하나의 ‘산’만을 1100번이 넘게 오르신 분이 있다고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 보다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 반 호기심 반으로 어렵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정갈하고 깔끔한 집 안으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던 노부부의 모습. 사모님 되시는 분이 취미로 그리신다는 글씨와 그림이 집 안 곳곳에 전시되어 인상적인 모습이었다고 내겐 기억된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강준규 85세입니다. 청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청주 지역에서 45년 동안 교직생활을 한 후 20년 전에 퇴임을 하였습니다.

제가 듣기론 선생님께서 속리산 문장대를 1000회 넘게 오르셨다는데...

네 맞습니다. 정확한 수치로는 1100이 넘는 듯 하군요.

진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자세한 얘기 부탁드려도 될까요?

1991부터 시작된 제 산행은 2009년 4월26일 문장대 1000번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100 여번은 더 갔었죠. 2006년 600회, 2007년 800회에 도달하면서 그 전까진 그저 산이 좋아서 갔었는데 마음이 새로운 도전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왕 시작한 산행 1000까지 가보자 하고요.

그 때부터 1주일에 월, 수, 금 3회를 등반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런 기록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20년의 시간이라면 1년에 평균 50회 이상을 등반하신 건데 그렇다면 기록 뒤에 숨겨진

산을 오르시게 된 동기와 ‘왜 문장대인가’가 궁금합니다.

저도 예전엔 전국의 유명한 산과 국립공원, 해외의 좋은산도 많이 가보았지요. 그런데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우리 고향 가까이에 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은 출신이거든요. 사실 어쩌면 속리산은 저에게 아련한 추억의 산입니다. 당시 국민학교(현: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속리산 법주사에서 1박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느낀 산의 매력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훗날 제가 그곳을 다시 찾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향의 산과 유년기의 추억. 선생님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강력한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1000회라는 건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일인데요.

선생님께 문장대의 의미와 그 곳을 등산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안내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자연의 모습에서 인간은 참으로 작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순응하여 동화되다 보면 자연은 뜻밖의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제가 산을 딱 오르면 저를 알아봐주는 새들이 있습니다. “애들아 나 왔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나에게 달려와 함께 산 정상까지 동행을 합니다.

이런 경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또 사실 문장대는 지금은 나무도 있고 쉬기에도 적합한 장소가 되었지만 예전엔 허허 벌판이었죠. 100회 등반할 때 마다 저는 함께 산을 타는 분들과 주목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상주시청 직원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곳을 주목군락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세월을 보낸 저와 문장대는 둘도 없는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계절에 따라 속리산은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산행을 저는 좋아합니다. 신설초보(伸雪初步)라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을 때의 그 기분이란 꼭 느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산행을 통해 변화된 모습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산행은 제게 건강을 되찾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있어 높은 산이나 오랜 산행은 힘이 부치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보은에 자리 잡은 고향 선산 ‘강희동산’에서 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의 선산을 돌보며 또 다른 의미와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행을 통해 가장 큰 변화라면 자식들과 손주들의 모습입니다. 누구나 힘들고 지칠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그럴 때마다 자손들은 저를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받은 문장대 1000번의 최고 선물입니다.

작은 목소리지만 신념과 의지가 깃들은 강준규 선생님의 겸손한 모습에서 감동과 존경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인터뷰_서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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