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형극 ‘은혜 갚은 원흥이 두꺼비’ 감상후기

지난 12월 15일, 22일 두 차례 환경인형극 ‘은혜 갚은 원흥이 두꺼비’를 관람했다. 이 인형극의 공연 시간은 비교적 짧다. 하지만 실로 참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해 준다.

‘은혜 갚은 원흥이 두꺼비’ 줄거리는 이렇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어느 추운 겨울날, 겨울잠을 자러 가지 못한 두꺼비 한 마리(극중 ‘꺼비’)가 연못에서 추위에 떨며 울고 있다가 부모 없이 혼자 사는 ‘사랑이’를 만나 함께 지내며 초록세상인 원흥이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흥이마을과 구룡산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자 화가 난 구룡산 ‘대왕 지네’는 마을사람들에게 아이들을 한 명씩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이후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상상에 맡긴다.(줄거리를 모두 이야기해 주면 보는 재미가 없으니까^^)

인형극 ‘은혜 갚은 원흥이 두꺼비’는 어린 꼬마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초연 때 어린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몰입도가 최고였다. ‘사랑이’가 불쌍하다고 우는 아이들도 있고… 무엇보다도 극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인형극이 ‘스마트폰 디지털에 둘러싸인 어린이들에게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일깨워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회색빛 콘크리트에서 태어나 디지털에 둘러싸여 자라나는 세대에게 육성과 정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또 하나의 명장면(?)은 울고 있는 ‘사랑이’ 뒤로 달을 향해 느릿느릿 가는 두꺼비 형상이었다. 의도한 연출이든 아니든, 그 장면은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반성해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동양에는 ‘달 속의 두꺼비’라는 신화가 있다. 천신 후예(后羿)의 아내 항아(嫦娥)가 하늘나라로 올라가다가 차마 인간 세상에 있는 후예를 잊지 못하고 달나라에 깃들어 산다는 이야기이다. 두꺼비는 바로 달나라에 살고 있는 항아의 분신으로 등장한다. 이후로 동양문화엔 ‘달 속의 항아(두꺼비)’ 이야기가 면면히 이어졌다. 중국 시인 이백(이태백)과 두보도 달 속의 두꺼비를 노래했다. 또한 중국인들은 음력 8월 보름달이 뜨는 중추절(仲秋節)이면 달 속에 있는 여신 항아를 그리워했고 항아의 분신 두꺼비를 ‘생명’의 상징으로 받들었다. 인형극에서 은혜 갚고 달을 향해 가는 ‘원흥이 두꺼비’ 모습은 바로 그런 두꺼비의 문화적 의미를 환기시켜 주었다.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는 환경 파괴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달을 향해 가는 ‘원흥이 두꺼비’ 모습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마을신문 밴드에 “어린이들만 볼 인형극은 아니다. 산남동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환경인형극!”이라 썼던 것이다.

 성공적인 첫 공연에 출연진도 그 동안의 노고가 풀리는 듯 했다. 인형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 모두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 들었다. 수고 많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조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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